건설업계, 연말 인사서 '재무·안전·포트폴리오' 전면 재편

  • 경영진 세대교체…PF·안전리스크에 체질 개선 드라이브 본격화

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올해도 안정적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깨고, ‘재무통’과 ‘안전 전문가’를 전진 배치하는 등 과감한 세대 교체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수익성 악화, 안전사고 등 구조적 리스크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조직 전열을 재정비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 오일근 부사장을 롯데건설 대표로 내정했다. 오 대표는 부동산개발 업체인 롯데자산개발에서 10여 년간 전략·기획 업무를 수행한 ‘경영·재무형 리더’다. 금융 조달 역량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킬 적임자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214.3%로 지난해 말 196% 대비 18%포인트 넘게 상승한 상황이다.
 
앞서 CEO 교체를 단행한 한화 건설부문,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 주요 대형사 기조도 유사하다. 한화는 30년 경력의 재무 전문가인 김우석 신임 사장을 선임했으며, 코오롱글로벌 역시 그룹 내 재무·기획 라인을 두루 거친 김영범 대표를 새 수장으로 앉혔다.

신세계건설은 신세계푸드에서 ‘영업이익 반전’을 이끌어 낸 강승협 사장을 발탁하며 실적 개선 드라이브를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PF 부실과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수익성 변동성이 커진 데다 금융 비용 증가까지 겹친 만큼 각 사 모두 재무 중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올해는 특히 안전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안전 전문가’ 영입이 두드러진다. 포스코이앤씨는 잇단 현장 사고 이후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 TF를 이끌던 송치영 팀장을 사장으로 임명하며 안전 이슈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DL건설 역시 안전사고 여파로 기존 경영진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장 품질·안전 전문가로 평가받는 여성찬 대표를 전진 배치했다.
 
A 건설업체 관계자는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 체계 하에서 안전·품질 리스크는 이미 실적과 자금조달에 직결되는 핵심 이슈로 자리매김했다”며 “안전 중심 인사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위한 진용 정비도 본격화하고 있다. IPO(기업공개)를 앞둔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반도체 공정 전문가인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친환경·플랜트 중심에서 반도체 등 하이테크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는 그룹 전략과 맞물린 결정이다.
 
대우건설이 최근 원자력사업단을 CEO 직속 조직으로 격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응해 고부가가치 플랜트 사업의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에 CEO 교체는 중장기 전략 수정의 상징”이라며 “부동산·금융·안전·신규산업까지 전방위 리스크가 커진 만큼, 이번 인사는 생존을 위한 구조개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유동성 관리, 포트폴리오 전환, 안전관리 강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