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거나, 버티거나, 회피하거나"…자사주 의무소각 앞둔 기업들의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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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정부·여당이 취득 후 1년 내 의무 소각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자사주 보유·활용이 엄격히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 시행에 대비한 기업들 움직임은 제각각이다. 관망 모드를 유지 중인 곳이 많은 가운데 선제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거나 현재 나온 입법안의 예외조항을 적극 활용하려는 곳들도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자사주 소각 관련 6개 입법안이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여당은 오기형 의원 입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오 의원이 낸 법안의 핵심은 △자사주 취득 시 1년 내 의무 소각하되 △기존 자사주는 6개월 추가 유예기간을 주며 △주총 승인 없이 자사주를 보유하면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자사주를 교환사채(EB) 등으로 교환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상 내년 시행 예정인 이 법안에 대한 기업들의 대처법은 제각각이다. 일부 기업은 법 시행 전 '회피 전략'을 쓰고 있다. 자사주를 계열사에 매각하거나 자사주를 기초로 EB를 발행해 우호세력에 넘기는 방식이다. 태경케미컬은 지난 1일 자사주 26만6101주(발행주식 2.3%)를 계열사인 태경에코에 넘기기로 했다. 계열사에 우호지분에 넘겨 추후 경영권 방어 등에 이용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삼화페인트는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보유 자사주 238만8642주를 EB 발행과 우호 지분 매각 방식으로 전량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EB로 100만8642주를 발행해 시설자금 투자 목적을 달성하고 나머지 138만주는 협력사에 매각한다. LS마린솔루션도 같은 날 자사주 134만5875주(2.58%)를 기초로 374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선제적 매각'에 나선 기업도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자사주 7만4887주를 해외 헤지펀드에 블록딜로 매각해 차익으로 약 994억원을 확보했다. 2022년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경영성과보상' 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다. 회사 측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과 무관한 투자비용 조달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기업거버넌스포럼 등에선 "상법 개정안 발의 나흘 전에 자사주를 처분한 건 제도 개편을 앞둔 선제 조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3차 상법개정안에 허용되는 '예외조항'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자사주를 임직원 성과보상에 활용하면 예외적으로 보유가 허용된다는 점을 이용한 사례다. 스틱인베스트는 보유 자사주 중 22.19%를 임직원 성과보상(RSU)으로 부여하겠다고 최근 공시했다. 다만 이 자사주를 내년 1월부터 2032년 12월까지 나눠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소각 대신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려는 일종의 편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자사주 소각 관련 결정을 미룬 채 '관망' 중인 곳도 많다. 신영증권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842만2754주(지분율 51.23%)로 평가액만 1조1000억원을 넘는다. 자사주 소각 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오너 일가 지분 상속에 변수가 될 수 있어 지금껏 대규모 자사주를 보유해왔다. 신영증권 측은 "상법개정안이 확정되면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며 "아직 소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자사주 활용의 불투명성과 목적 왜곡 때문"이라며 "다만 실제 처분에 있어서는 기업마다 상황이 달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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