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공중이 극단주의 확산 견인"…박한우 교수, 한국 민주주의 변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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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JP 창간 1주년 포럼에서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AJP 유나현


디지털 네트워크 확산 속에서 극단주의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정치 참여 방식이 전통적 형태에서 벗어나 기술·감정·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치적 쏠림과 양극화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공공 담론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일 AJP가 ‘극단·쏠림 디지털 전환의 시대와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창간 1주년 포럼에서 'Mechanisms of Extremism Diffusion in the Age of Polarization'을 주제로 강연하며 디지털 시대 공중(publics)의 변화와 극단주의 확산 구조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의 시위는 위계적이고 폐쇄적이었지만 최근 집회는 스마트폰과 SNS를 기반으로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탄핵 집회에서 K-팝 응원 문화가 적용되고, 시니어 세대가 유튜브와 단체 채팅방을 활발히 활용하며, 청소년 역시 온라인과 거리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을 언급하며 "세대별 참여 방식이 다층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Axel Bruns의 분류를 인용해 디지털 시대의 공중을 '개인 공중' '이슈 공중' '연결된 공중'으로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 세 가지 공중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보 확산 속도는 빨라졌지만 왜곡과 허위 정보의 위험도 동시에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탄핵 집회에서 조직적 행동을 보이는 '강한 공중'과 감정적 유대에 기반한 '약한 공중'이 공존했다며 "두 집단은 민주주의 담론을 풍부하게 만들지만 상황에 따라 극단적 분리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본인 연구를 바탕으로 '재정 공중(financialized publics)' 개념도 제시했다.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인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해외 이용자들이 한국 탄핵 정국에 베팅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정치적 의견 표현과 실제 베팅 금액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감정적 표현은 강하지만 금융적 위험 부담은 별개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며 "정치와 경제가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참여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구조 변화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정치 뉴스 회피 증가, 알고리즘 기반 확산, 감정적 양극화 심화 등을 언급하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합의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관찰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 불신과 음모론 확산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민주주의 기반을 흔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기존 가치 체계가 흔들리는 시점에서 공적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투명한 정보 전달과 공감 기반 시민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공중을 연결하는 참여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디어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신뢰 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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