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 발표 지연…"베선트 '中 톤다운' 요구 때문"

폴리티코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 中 위협 비판하면서도 관계 개선 병행"

美, '해킹 의혹' 中정보기관 제재 중단…백악관, 미중 데탕트 관리 지시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중국 관련 표현을 완화해야 한다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의견이 제기되면서 발표가 수주간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이 이달 중 공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두 문건은 당초 올 가을 초 발표 계획이었지만 베선트 장관이 중국 관련 문구의 '톤 다운(표현 완화)'을 주장하면서 일정이 밀렸다는 것이다.

기존 미국 행정부가 중국·러시아·중동을 중심에 놓았던 기조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서반구(미주, 유럽 등)의 전략적 중요성을 한층 부각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여기에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무역전쟁 재점화를 피하기로 합의하는 등 관계 관리 국면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국가안보 전략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새 행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백악관은 경제·동맹·적성국 대응·군사태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NSS를 내놓고, 국방부는 이를 군사 영역에서 구체화한 NDS로 발전시킨다. 두 문건은 범정부 논의를 거쳐 마련되기 때문에 하나의 내용이 수정되면 다른 하나도 이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중국 관련 표현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베선트 장관은 10월 미중 정상회담 직전 이뤄진 '무역전쟁 휴전'의 물밑 조율을 이끈 핵심 인사다. 트럼프 2기 들어 미중 관계는 고율 관세 충돌과 '희토류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다가, 부산 정상회담에서 추가 확전을 막는 방향으로 봉합됐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중국의 위협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베이징과의 관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에서 미국이 중국 국가안전부(MSS)에 대한 제재 계획을 보류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도 나왔다. 전·현직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정보기관이 '솔트 타이푼'(Salt Typhoon) 해커 조직을 통해 미 통신망을 감청해온 정황을 이유로 제재를 검토했으나, 최근 해당 계획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솔트 타이푼은 중국 MSS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조직으로, 미국 내 핵심 통신 인프라에 침투해 고위 당국자의 비암호화 통신을 감청해온 사실이 지난해 하반기에 드러났다. 중국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와 통신사들은 차단 작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목표는 안정성 확보로 이동한 상태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최근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에게 각 부처가 미중 간 '데탕트'를 위협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관리하도록 했다. 

FT는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을 낮출 때까지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공세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예정된 베이징 방문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아시아 안보 전문가는 FT에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중국 희토류 의존도 축소에 시간을 벌기 위해 수출 통제 분야에서 양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략적으로 포장된 양보라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