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진웅 의혹, 공적 인물의 기본과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기본과 원칙이 흔들리면 공적 신뢰도 붕괴

배우 조진웅을 둘러싼 중대한 범죄 연루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사회적 충격이 커지고 있다. 일부 사실관계는 소속사를 통해 확인됐고, 나머지 의혹 역시 검증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연예계 논란을 넘어서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공적 인물에게 요구해온 최소 기준—기본, 원칙, 상식—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묻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공적 신뢰는 이미지나 인기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원칙을 준수하는 태도와 상식을 따르는 삶이 토대이며, 이 토대가 흔들리는 순간 공적 신뢰는 순식간에 붕괴된다.

과거의 잘못보다 더 큰 문제는 상식을 무너뜨린 ‘침묵의 시간’

조진웅은 오랫동안 책임감과 정의감을 상징하는 인물로 소비되어 왔다. 그는 각종 인터뷰에서 사회적 소신을 밝히며 ‘원칙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만약 고교 시절의 중대한 범죄 혐의를 숨긴 채 공적 이미지를 구축해왔다면,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과거의 행동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긴 시간 동안 사실을 밝히지 않은 태도이며, 그 침묵을 바탕으로 공적 신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공적 인물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덕목은 정직과 투명성이다. 스스로 선택해 쌓은 이미지가 사실과 다르다면, 그 자체로 공공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다.

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 부재

이번 사태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함께 드러낸다.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방영 직전에 주연 배우의 도덕성 논란으로 흔들리는 것은 산업 전반에서 기본과 원칙이 제도적으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인지도와 흥행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캐스팅 관행은 도덕성 검증과 법적 리스크 점검이라는 기본 절차를 경시해왔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 약점으로 드러난다. 기본이 빠진 시스템은 결국 더 큰 비용과 혼란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보여준다.

여론의 과열도 경계해야 하지만,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원칙 없는 관용’

사실관계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차별적 비난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소년기의 일탈”이나 “오래된 일”이라는 이유로 중대한 범죄 혐의를 축소하려는 태도는더 큰 문제다. 성폭력 시도, 절도, 폭행 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공적 인물이 과거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는 개인의 도덕성을 넘어 공공적 책임의 범주에 속한다. 원칙 없는 관용은 결국 피해자와 사회적 기준을 동시에 무너뜨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원칙에 따른 책임 있는 해명’

조진웅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전략적 침묵이 아니다. 공적 인물이라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기본 의무다. 잘못이 확인된다면 피해자와 대중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향후 활동과 관련해 책임 있는 태도를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어떤 부분이 왜곡됐는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를 회피하거나 미루는 태도는 논란을 키울 뿐 아니라 본인은 물론 산업 전체의 신뢰에도 큰 타격을 준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공적 인물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묻고 있다. 과거의 실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태도이며, 책임을 피하려는 침묵은 어떤 잘못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다. 공적 인물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정직, 투명성, 책임. 이 기본이 지켜질 때만 공적 역할을 수행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번 일이 공적 기준과 원칙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본과 원칙, 상식이 바로 서는 사회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