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금융, 기술혁명과 마주선 순간
금융은 본래 보수적이다. 은행의 존재 이유가 고객자산을 지키는 데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기회만큼이나 위험을 동반한다. 은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 변화는 전통적인 신중함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거세다. 진 회장이 언급한 LLM, 멀티모달, 양자컴퓨팅, 월드모델 AI 같은 기술들은 금융이 의존해온 기초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그의 “리더는 한 발 앞서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경영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금융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다시 이해하고 재정의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 없는 금융, AI 시대에 설 자리가 없다
곽수근 위원장의 평가가 던지는 메시지
곽수근 회장추천위원장은 진 회장을 평가하며 “단순 재무성과를 넘어 미래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의 지난 3년을 단기 성과 관리가 아니라, 신한금융의 향후 10년을 준비해온 시간으로 바라본 평가이다. 곽 위원장이 “AI 전환을 선도하려는 장기 관점”을 높게 평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금융 리더십의 기준이 재무성과 중심에서 AI 대응력과 미래 전략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진 회장이 “신뢰를 가장 큰 축으로 삼겠다”고 한 발언 역시 이 변화와 맞닿아 있다. 금융에서 신뢰는 언제나 출발점이었지만, 신뢰는 기술을 경계하는 태도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커런시, AI 기반 리스크 관리, 초개인화 금융, 글로벌 확장 등 변화의 흐름은 결국 모두 기업가정신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진옥동 회장에게 바라는 기업가정신
신한금융은 5조 원대 순이익을 바라보는 거대 금융그룹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속도는 느려지고 기존 관성이 강해지지만, 지금의 금융 시장은 느슨한 대응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시대의 금융은 ‘안전한 모범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선도자만이 살아남는 시장이다. 그렇기에 진 회장이 기술을 이해하는 금융인, 전략을 읽는 경영자라는 강점을 넘어 기업가정신을 갖춘 리더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신한금융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전통적 안정성과 기업가적 혁신 능력을 동시에 품어야 한다. 기술혁명은 위기가 아니다. 한국 금융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이 전환기에 진옥동 회장이 금융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길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