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쓰나미] "일시적 급등" vs "韓 경제 수준"…정부 '대응 방향'부터 잡아야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환율 급등 현상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 ‘뉴노멀’인지, 대내외 변수에 따른 ‘일시적 급등’인지에 대한 판단이 정부 내에서도 정리되지 않으면서 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고환율이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가운데 정부가 그동안 활용해온 유류세 인하, 긴급할당관세, 공공요금 억제 등 대응 카드도 이미 효과가 소진된 상태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뾰족한 묘수’보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이르렀지만 외환당국이 내놓는 “과도한 쏠림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구두 개입성 발언은 시장에서 힘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달러 수요가 여전히 강하고 외국인 투자 유입이 약한 상황에서 실질적 조치가 따르지 않자 “당국이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최근 국민연금을 활용한 환율 안정 방안 검토도 시장 혼선을 키웠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과 환헤지 수준이 환율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재부·복지부·금융위·국민연금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 출범을 공식화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확대하면 단기적으로 원화 수요가 늘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국민 노후자금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활용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접 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 안정과 국민연금 수익성의 균형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고환율이 원자재·수입식품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가 다시 흔들리고 있지만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카드는 대부분 이미 사용했거나 효과가 제한적이다. 유류세 인하는 사상 최장기 시행 중이고 관세·부가가치세 감면(긴급할당관세)도 곡물·원자재를 중심으로 반복 적용돼 효과가 점차 희석되는 모습이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 역시 국제 유가가 내년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긍정적 요소로 꼽히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억제 여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한 적절한 대책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고환율 대책 관련 질문에 “기업 해외 부문 이익의 국내 환류 문제, 개인 해외 투자에서 과도한 위험이 숨겨져 있는지 점검하는 문제, 국민연금의 국내외 투자 비중과 환헤지 문제 등 세 가지 과제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 해외 이익의 국내 환류는 조세·회계·투자 전략과 연결돼 있고 개인 해외 투자에 대한 규율 강화는 자본시장 자유화 원칙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 환헤지 역시 수익률, 책임투자, 시장 안정성이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충족해야 해 정책적 부담이 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3년간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낮다 보니 통화량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고환율이 발생한 것”이라며 “금리가 낮으면 통화량이 늘고, 수익률이 낮아진 국내 투자 대신 해외 고수익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고 있는 환율 안정 대책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다”며 “정부가 10억 달러 규모로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효과는 하루 이틀뿐이고 실효성이 근본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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