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와 스토리지 가격이 연일 치솟으며 보안 장비 시장이 비상이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등 주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어플라이언스 기반 보안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은 "아직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내년 초면 한계"라며 우려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34만원 수준이던 DDR4 32GB 모듈은 현재 87만원선까지 상승했다. 한 보안 장비 업체 관계자는 "SSD 단가도 올해 초 대비 60~300%가량 오르며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가격 상승세는 최소 1분기 이상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보안 장비는 방화벽, 침입방지시스템(IPS), 통합보안장비(UTM) 등 실시간으로 대량 트래픽을 처리해야 하는 특성상 고성능·대용량 메모리가 필수다. 제품에 따라 구성은 다르지만 메모리와 SSD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20%에 달한다. 최근 2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리 수주한 사업비를 맞추기 위해서는 이익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보안 업계 특성상 연말·연초 공공기관 발주가 많지만 보유한 재고 자산을 투입해 납기 지연, 계약 파기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보안 업체들도 많아 비용 문제로 계약을 파기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더라도 납기일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지금 체결되는 계약이 내년 이후 생산분과 신제품 개발에 적용될 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하기에, 실제 가격 인상 충격은 내년 상반기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안업체 관계자는 "지금 당장 고객사에 예산 조정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원가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 사업비 재조정을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형급 장비를 공급하는 보안 업체들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형 장비는 메모리 의존도가 낮고, 대형 장비는 주문량·생산량 예측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중형 장비는 수요는 많고 메모리 구성이 커 가격 변동에 더 민감한 구조다.
메모리 가격이 더 오를 경우 공공기관 예산에 맞추기 어려워져 내년 대규모 입찰 지연 사태로 인한 보안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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