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리포트] 2033년 47조원 MASH 치료제 시장… 글로벌 제약사 새 격전지로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비만·당뇨와 연속선상에 있는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시장이 제약업계의 차세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MASH는 음주 여부와 관계없이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동반되는 질환이다. 2023년 글로벌 주요 간 학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43년 만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을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으로 공식 개편한 바 있다. 질환 명칭에 비만·당뇨 등 대사 이상 요인이 명시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 병이 진행되면 간경변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심각한 간 손상이 진행되면 간이식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다.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미국에서는 2015년 1650만명에서 2030년 2700만명으로 약 6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 난도가 높아 그동안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사실상 부재했던 영역이었다.

지난해 세계 최초의 MASH 치료제인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며 시장의 문이 열렸다. 이후 MASH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제약업계 움직임도 빠르게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다만 레즈디프라는 효과 대비 높은 가격으로 인해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치료제 시대가 열렸음에도 미충족 수요(의료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적은 상태)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MASH를 블루오션으로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민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은 2033년 318억 달러(약 4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은 MASH 치료제는 레즈디프라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두 종류뿐이다.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로 개발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로 지난 8월 MASH 치료제로까지 허가 범위를 넓혔다.


MASH 치료제 개발은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 기반의 1세대, GLP-1 계열 인크레틴 기반의 2세대를 거쳐 최근에는 3세대인 섬유아세포성장인자21(FGF21) 계열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앞서 승인된 레즈디프라와 위고비가 각각 THR-β, GLP-1 기전에 기반한 치료제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MASH는 발병 원인이 다양하고 환자별로 질환 진행 단계도 달라 여러 기전의 치료제가 공존하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가운데 GLP-1 수용체·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와 간에서 생성되는 대사 조절 호르몬인 FGF21 작용제가 경쟁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련 대형 인수·라이선스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장기 지속형 FGF21 계열 후보물질 '에피모스페르민 알파'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 파마슈티컬스와 최대 20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0월 미국 아케로테라퓨틱스를 최대 52억 달러(약 7조7000억원)에 인수하며 FGF21 계열 후보물질 '에프룩시퍼민'을 확보했다. 로슈 역시 지난 9월 FGF21 후보물질 '페고자페르민'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텍 89바이오를 최대 35억 달러(약 5조17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MASH를 포함한 대사질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GLP-1·글루카곤(GCG) 수용체 이중 작용제 기반 MASH 치료제로 2020년 8월 머크에 8억7000만 달러(약 1조2847억원) 규모로 기술이전된 후보물질이다. GLP-1·위 억제 펩타이드(GIP)·GCG 삼중작용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주 1회 투여 제형으로 MASH와 특발성폐섬유증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다.

이호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 신약 파이프라인 중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외에 자체적으로 MASH 글로벌 2상을 진행 중인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도 빅파마 대상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DA-1241'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에서 혈당 및 지질 개선 작용과 간에 직접 작용해 염증과 섬유화를 개선하는 것이 확인됐으며 지난해 12월 MASH 추정 환자 대상 제2a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디앤디파마텍 'DD01'은 GLP-1·GCG 이중작용제를 타깃으로 한다. 현재 미국에서 지방간질환(MASLD) 및 MASH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올릭스의 'OLX702A'는 RNA 기반 치료제로 올해 2월 최대 6억3000만 달러(약 9304억원) 규모로 일라이 릴리에 기술이전됐다. 2026년 임상 2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MASH 치료제 시장은 미충족 수요가 큰 시장"이며 "개발 난도가 높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지만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이 비침습적 평가 도입을 검토하면서 후발 주자의 진입 장벽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