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고위 안보 라인 내부에서 계엄 가능성이 장기간 거론됐고, 실제로 군 수뇌부가 참여한 자리에서 구체적 논의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신원식 장관은 일관되게 반대했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지만 분명했다. 정치적 갈등과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군사적 비상조치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헌법 정신에 어긋나며, 계엄은 그런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반대는 형식적 이견 표명이 아니었다. 계엄 사령관을 맡아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는 “정치적인 문제를 푸는 데 계엄은 솔루션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는 군인의 말이자 헌법 시민의 언어였다. 계엄은 군이 민간 영역으로 들어오는 최후의 수단이며, 한 번 발동되면 그 정당성은 사후가 아니라 역사 전체의 심판을 받는다. 신원식은 그 무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태도가 권력의 의중이나 개인적 진로와 무관하게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상명하복의 문화 속에서 최고 통수권자의 강한 의지가 전달되는 상황에서도 원칙을 말한다는 것은 개인적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신원식은 군을 지키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해 국가를 지키기 위해 반대했다. 이것이 항명이 아니라 충성이라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증명했다.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 군 교육의 방향도 분명해진다.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는 단순히 전술과 무기 체계를 가르치는 기관이 아니다. 이곳은 장차 국가의 무력을 책임질 지도자를 길러내는 헌법 학교여야 한다. 이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의 사례는 선택적 참고 자료가 아니라, 반드시 다뤄야 할 핵심 교과목이 되어야 한다.
사관생도 시절부터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군인의 최고 상관은 특정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이며, 군의 충성 대상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원칙을 지킨 신원식의 판단 과정, 그 논리와 책임 의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토론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실전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다. 총을 쏘는 법보다, 총을 쏘지 말아야 할 순간을 아는 법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오늘도 군사 통치의 문턱에서 물러설 수 있었던 것은 제도만의 힘이 아니다. 그 제도의 경계에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군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의 존재는 개인의 미담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이 지켜야 할 기준의 실물 교과서다.
참 군인을 길러내는 일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모델을 세우는 것에서 출발할 수는 있다. 신원식을 가르치는 군, 헌법을 먼저 배우는 사관학교, 원칙과 상식을 몸에 새긴 장교단. 이러한 토대 위에서만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강한 나라로 남을 수 있다. 이런 참 군인이 국가에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은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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