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전 정권 그림자 아래 피어난 IT 사업 카르텔

김성현 AI부 차장 사진아주경제DB
김성현 AI부 차장 [사진=아주경제DB]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잘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특히 윤석열 정권 시절 임명된 고위 인사나 당시 추진된 사업들에서 잡음이 이어지며 새 정부의 정책 추진을 발목 잡는 양상이다.
 
문제는 실시간 중계되는 국무회의에서 전 정권 인사들과의 마찰만이 아니다. 이른바 ‘윤석열의 잔재’로 여겨지는 폐해가 여러 부처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국세청,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IT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는 한 그룹사가 있다.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린 이 그룹은 정부의 중소기업 대상 발주 사업을 싹쓸이하고 있으며 계열사 포함 추정 자산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 반열에 오를 만한 규모임에도 주요 수입원은 100억원을 넘지 않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정부 발주 사업이다.
 
때로는 단독으로, 때로는 계열사 간 컨소시엄으로 정부 일감을 독차지한다. 특히 국세청과 과기정통부 등에서 이 그룹 계열사로 일감이 집중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경쟁 상대는 삼성SDS, SK C&C, LG CNS 같은 대기업이 아니다. 이들은 매번 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기업들과 사업 설명회에 나란히 앉아 경쟁한다.
 
이 그룹이 국가 사업 수주에서 중소기업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회 로비, 전 정권 실세와의 연계, 야당 유력 지방자치단체장 등 다양한 외부 영향력 의혹이 제기된다.
 
여권 유력 인사가 직접 회사를 방문하거나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사례도 있다. 반면 부처 사업 담당자들은 이 그룹의 경쟁사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가 사업 전체에 하나의 카르텔이 형성된 듯하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려 중견기업 범주를 초월한 그룹이 어떻게 중소기업 대상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지, 인력 대여나 불법 입찰 의혹이 제기돼도 아무런 조치 없이 오히려 사업 수주가 더 수월해지는지.
 
해당 회사 이름을 언급하면 부처 관계자들이 앞다퉈 변호에 나서는 이유,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사업 담당자가 새벽이라도 전화해 해명하려 애쓰는 이유도 의심스럽다.
 
일부 기업들은 “이 그룹이 입찰에 나오면 경쟁 자체를 포기한다”고 기자들에게 털어놓을 정도다.
 
최근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유사 사례가 의심되는 국가 사업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정부 예산 1원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배 장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였으나 연말까지로 정해진 조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의혹을 받는 과기정통부 공무원들이 더 당당하게 활동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본인 신병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동일 터다.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전 정권 인사들은 하나둘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제는 전 정권뿐 아니라 권력과 결탁한 세력 전체에 관심을 돌릴 때다. 이 카르텔이 초래하는 폐해는 한 명의 장관이 끼칠 수 있는 해보다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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