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아바타: 불과 재', 체험은 여전히 극장에 있다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떤 영화는 극장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극장이기에 가능한 감각의 차이를 몸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아바타' 시리즈는 영화적 체험이 무엇인지를 가장 단호한 방식으로 보여온 이름이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바타: 불과 재'(감독 제임스 카메론) 역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이유를 분명히 한다. 더 뜨겁고, 더 거칠며, 한층 압도적인 감각으로 채워진 이야기는 '아바타'가 여전히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임을 다시 확인시킨다.

인간들과의 전쟁 끝에 첫째 아들 네테이얌을 잃은 이후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깊은 상실 속에 놓인다. 그 틈을 파고들 듯 바랑이 이끄는 재의 부족이 등장하며 판도라는 다시 거대한 위협에 휩싸인다. 마일스 쿼리치 대령은 바랑과 손을 잡고 설리 가족을 압박하고 설리 가족은 흩어졌던 힘을 모아 판도라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영화는 외부의 침략과 내부의 동요를 동시에 밀어붙이며 설리 가족이 감당해야 할 싸움을 점점 더 거칠게 만든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분명하게 달라진 지점은 판도라를 다루는 방식이다. 숲의 생명력과 조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1편, 바다의 리듬과 공존을 확장했던 2편과 달리 '불과 재'는 파괴 이후의 환경을 본격적으로 끌어온다. 불씨가 날리고 재가 쌓인 풍경은 더 이상 감상의 대상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전장, 살아남기 위해 버텨야 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판도라는 처음으로 '아름다운 세계'가 아닌 '위험한 세계'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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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새롭게 등장하는 부족들은 이 변화의 결을 구체적으로 밀어붙인다. 숲에 뿌리내린 오마티카야족, 바다와 호흡하며 살아온 멧케이나 부족이 각기 다른 공존의 방식을 보여줬다면 재의 부족 망콴족은 붕괴 이후의 삶이 어떻게 폭력으로 기울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들은 화산 폭발로 터전을 잃은 뒤 생존 자체가 왜곡된 존재들이다. 여기에 바람을 따라 이동하며 교역으로 살아가는 바람 상인 틸라림족이 더해지며 판도라는 한층 입체적인 공간이 된다. 정착과 이동, 방어와 약탈, 공존과 폭주가 각 부족의 삶의 방식으로 구체화되며 세계관은 설명이 아니라 장면과 움직임으로 설득된다.

재의 부족의 등장은 판도라의 전투 양상 자체를 바꾼다. 이들이 타는 나이트레이스는 불과 파괴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장을 위협으로 채운다. 여기에 마일스 쿼리치 대령과의 동맹은 긴장을 한층 끌어올린다. 인간의 기술과 재의 부족의 폭력성이 결합되며 설리 가족이 마주한 적은 이전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집요해진다. 메두소이드와 윈드레이 같은 크리처들은 하늘을 새로운 전장으로 확장시키며 판도라의 스케일을 감각적으로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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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볼거리 역시 시리즈의 정점을 향해 밀어붙인다. 불과 재로 뒤덮인 전장은 기존의 숲과 바다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만들어낸다. 공중을 가로지르는 메두소이드와 이를 이끄는 윈드레이는 하늘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확장시키고 나이트레이스를 앞세운 재의 부족의 공중전은 이전 시리즈에서 보지 못한 위압적인 전투 양상을 만든다. 바다, 하늘, 산, 화염이 동시에 맞물리는 액션은 공간의 크기와 움직임을 관객의 감각으로 밀어 넣으며 이 시리즈가 왜 여전히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인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증명한다.

마일스 쿼리치 대령과 바랑의 조합은 시리즈의 대립 구도를 한 단계 확장한다. 인간과 나비족의 충돌에 머물렀던 갈등은 이번 작품에서 판도라 내부의 균열로 옮겨간다. 재의 부족을 이끄는 바랑은 자연과의 조화를 신념으로 삼아온 기존 나비족과 달리, 파괴와 폭력을 생존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인물이다. 여기에 쿼리치 대령과의 동맹은 인간의 기술과 재의 부족의 폭력성을 결합시키며 이번 전투를 단순한 종족 간 충돌이 아닌 판도라 내부에서 서로 다른 생존 방식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싸움으로 바꿔 놓는다.

중반부까지는 갈등과 관계를 차근히 쌓아 올리며 다소 묵직하게 흘러가지만 영화 말미에 이르러 그 에너지는 한꺼번에 폭발한다. 바다와 하늘, 산과 불길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화면의 크기와 소리, 움직임이 맞물리며 극장에서만 가능한 체험으로 완성된다. 지난 시리즈의 완결로서 축적해온 세계관과 감각을 스케일과 밀도로 충분히 정리해낸다. 17일 극장 개봉.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 러닝타임은 19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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