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에 GPU 얹는다…정부, 'AI 고속도로' 전략 본격화

  • AI-RAN 확산으로 피지컬 AI·초저지연 서비스 기반 마련

  • 내년 2900억원 투입 시작, 중장기 수십조 투자 전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Hyper AI네트워크 전략안 자료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Hyper AI네트워크 전략안 [자료=과기정통부]


대한민국 네트워크 인프라에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직접 탑재한 ‘AI 기지국’이 등장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던 기존 기지국(RAN)을 넘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장치를 내장해 기지국 자체가 AI 서비스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6G 시대를 겨냥한 ‘AI 고속도로’ 구축에 본격 착수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Hyper-AI 네트워크 전략 관련 기자 스터디를 통해 5G 단독모드(SA) 확산과 함께 AI-RAN 기반의 지능형 기지국을 전국 거점에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AI-RAN은 기지국에 AI 컴퓨팅 기능을 결합해 중앙 데이터센터 의존도를 낮추고, 사용자 인근에서 실시간 추론과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구조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네트워크과장은 "6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무게를 두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기술과 표준을 주도하겠다"면서 "가장 지능이 높은 6G 네트워크를 산업 현장에 실제로 투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6G 국제 표준 논의 과정에서 스페셜 워킹그룹 의장을 국내 인사가 맡고, 표준 의장도 한국이 선출하는 등 초기 주도권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피지컬 AI’를 전제로 한 네트워크 진화다. 생성형 AI 단계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기기 등이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초저지연 통신과 대규모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GPU를 포함한 연산 자원을 기지국에 직접 탑재하는 AI-RAN을 5G SA 기반으로 실증한 뒤, 6G 표준과 연계해 본격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정 과장은 “피지컬 AI 서비스가 제대로 나오면 AI-RAN은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며 “안경형 기기에서 실시간 내비게이션이 가능해지고, 박물관에서 유물을 가리키면 즉시 설명이 제공되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지컬 AI 안에서 구현되는 GPU는 투입 대비 배터리 효율도 높고, 규모의 경제에 맞춰 확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GPU 중심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기지국에 GPU를 탑재하는 방식이 엔비디아 중심의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PM)은 “GPU 중심 생태계에 대한 의존 문제는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이어가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술 기반의 다양한 대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자체 NPU를 중심으로 전략을 가져가고 있는 점도 사례로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RAN 구축 타임라인 자료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RAN 구축 타임라인 [자료=과기정통부]

정부는 산학연 협력 구조를 통해 AI-RAN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 과장은 “AI-RAN 네트워크 얼라이언스 협의체를 이미 구성했다”며 “장비 기업뿐 아니라 제조, 운영, 서비스까지 모든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규모도 상당하다. 정부는 AI-RAN과 6G 기반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 내년에 약 29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장기 투자 재원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백본망 용량을 현재 대비 4배 이상 확대하고, 전국 가구의 광전환율을 98%까지 끌어올리는 등 유·무선 인프라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병행된다.

정영길 과장은 “정부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재원 투자를 최대한 추진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2900억원 규모로 시작하되, 전체 투자 규모는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망 구축 방식에 따라 변수가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5G SA와 6G가 특정 산업 현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용망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팩토리와 물류, 제조 등 B2B 영역뿐 아니라, B2C 서비스에서도 SA 기반 혁신이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 과장은 “피지컬 AI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국망 차원의 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2029년 전후로 6G 주파수 할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네트워크 경쟁의 중심이 단순한 속도 경쟁에서 ‘AI 성능 경쟁’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과장은 "과거 4G 시대 스마트폰처럼 네트워크 진화는 결국 킬러 서비스가 이끈다”면서 "6G 시대에는 피지컬 AI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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