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韓 돌아온다...AI칩 '어센드'를 들고

  • 2026년 한국에 AI칩 '어센드 910' 출시

  • "도입 논의 고객 이미 있어...NV칩 대안 제시"

  • 화웨이·CXMT·SMIC 협력 구도

  • AI HW+SW 통합 제공이 핵심 경쟁력

발리안 왕 한국화웨이 대표 사진강일용 기자
발리안 왕 한국화웨이 대표. [사진=강일용 기자]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한국에서 사업을 축소한 화웨이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들고 시장 문을 다시 두드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조차 화웨이 AI칩을 유력한 경쟁자로 경계하는 상황에서 국내 AI·데이터센터 시장에 일대 파란이 예측된다.

◆엔비디아의 유력한 경쟁자, 한국 진출

화웨이코리아는 2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화웨이 데이 2025'를 개최하고 내년 중 한국 시장에 자체 개발한 AI칩 '어센드 910'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리안 왕 화웨이코리아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는 내년 중 AI칩과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한국에 출시하며 한국 기업에 엔비디아 이외의 선택지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AI칩 도입을 논의 중인 잠재적인 고객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AI 굴기에 대응해 미국 정부가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 내에선 엔비디아 GPU를 대체할 수 있는 학습·추론용 AI칩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캠브리콘, 무어스레드, 메타X, 비런테크놀로지 등 많은 AI칩 스타트업이 있지만 미국 정부·기업이 가장 경계 눈길을 보내는 곳은 세계 1위 네트워크 기업인 화웨이다. 화웨이는 매년 연구·개발에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비용을 투입하며 중국 반도체 자립의 선봉에 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웨이는 이미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독자적인 모바일 처리장치(AP) '기린'을 상용화며 반도체 설계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AI칩 설계에 착수, '어센드 910 시리즈'라는 성과를 냈다. 어센드 910은 엔비디아 GPU 수급이 막힌 중국 내 AI 기업에 공급되며 AI칩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했다. 중국 3대 AI 모델인 딥시크의 추론에도 어센드 910이 사용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비판하며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기술 기업(빅테크) 중 하나"라며 "엔비디아가 중국에 AI칩을 공급하지 않으면 화웨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가 AI칩 경쟁자로 경계 시전을 보낸 제품은 구글 'TPU(텐서처리장치)'와 화웨이 어센드 910이 유이하다.

◆中 3대 반도체 기업 협력 성과

중국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글로벌 AI칩·데이터센터 시장을 본격 공략하려는 게 화웨이의 구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월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는 올해 어센드 910C(3세대) 칩을 30만개 생산했고, 내년에는 60만개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생산량을 본격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어센드 910 시리즈는 △화웨이가 설계하고 △CXMT가 메모리를 공급한 뒤 △SMIC가 양산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미국·한국·대만 등이 나눠 가진 팹리스·메모리·파운드리 생태계를 중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구현한 것에 따른 성과다. 화웨이는 과거 어센드 910 시리즈에 한국 기업이 공급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했으나,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 HBM 수급이 막히자 CXMT와 협력해 HBM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앞서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정부와 협력해 어센드 910을 활용한 대규모 AI칩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정부의 반발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왕 CEO는 "2026년 중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에 동시다발적으로 어센드 910 AI칩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말레이시아 시장에 어센드 910을 따로 출시하려 한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세계 1위 네트워크 기술로 엔비디아 추격

엔비디아를 넘어서기 위해 화웨이가 강조한 부분은 네트워크·소프트웨어 기술력에 있다. 왕 CEO는 "AI칩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스토리지 등 화웨이가 강점을 가진 다른 제품도 결합한 AI 토탈 솔루션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AI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해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GPU가 AI칩 시장에서 독주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칩과 칩을 바로 연결해 AI 데이터센터와 AI칩 클러스터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NV링크가 꼽힌다. 경쟁사들이 네트워크(이더넷)를 활용해 AI 데이터센터·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엔비디아는 이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를 8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인텔, AMD 등 엔비디아를 제외한 다른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이 뭉쳐 NV링크를 대체하는 칩투칩 연결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반면 화웨이는 자사가 강점을 가진 네트워크에 집중해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냈다. 어센드 910 시리즈와 화웨이 신형 네트워크 장비를 사실상 일체화함으로써 NV링크에 버금가는 대역폭(데이터 전송속도)을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개별 AI칩의 성능은 엔비디아 GPU보다 크게 떨어져도 AI 데이터센터와 AI 클러스터 전체 성능은 엔비디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왕 CEO는 "화웨이의 목표는 단순히 AI칩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AI 응용 산업을 가속화하는 데 목표가 있다"며 "이에 중국 못지않게 AI 기술 수용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출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사업과 관련해 파트너사와 함께 진행할지 여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별도의 파트너 없이 화웨이가 독자적으로 한국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도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화웨이가 대기업과 정부 프로젝트보다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전력 대 성능비를 앞세워 AI칩 부족으로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과 학계를 우선 공략할 것으로 예측한다.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생태계뿐만 아니라 화웨이 생태계에도 익숙해지도록 토양을 다지는 전략이다. 화웨이코리아는 이날 '화웨이 ICT 아카데미'–'화웨이 ICT 경진대회'–'씨드 포 더 퓨처'로 이어지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운영과 산학 협력 10년간 성과를 공유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학계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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