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9년 만에 국빈 방문하고 있다. 중국은 그의 취임 후 국빈 방문한 세 번째 국가이나 올해 첫 국빈 방문한 나라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신년 들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영접하는 첫 번째 국빈 방문자가 우리나라 대통령이다. 외교적인 관점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의미다. 작년 10월 말 경주 APEC 때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답방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과 세 달도 안 돼서 중국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국빈 차원에서 상호 방문이 이뤄진 사례도 드물다. 이런 이유로 이번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양국 관계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겠다. ‘도약’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중 관계에서 처음 사용되기에 국민들의 기대 또한 사뭇 다르다.
국가 간의 관계가 도약하기 위해선 탄탄한 기반이 전제된다. 그러나 한·중 관계는 장기간 너무도 소원했다. 그럼에도 이번 베이징 국빈 방문으로 한·중 관계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의 한국 국빈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복원되었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당시 정상회담 종결 후 위성락 안보실장은 브리핑 자리에서 회담의 성과로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 외교를 통한 한·중 관계의 전면적인 복원”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중 양국은 지난 9년간 국빈 방문, 7년간 최고지도자의 공식 방문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백이 장기화된 데에는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다. 게다가 상호 방문에 대한 양국의 외교적 입장 차이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당시 정부는 2017년에 우리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기에 시진핑 주석의 답방이 선행될 것을 주장했다. 반면 중국 측은 우리 측 정상의 방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질 않았다.
입장 차이에 대한 조율이 난항을 겪자 한·중 양국 지도자는 다자회의 석상에서 약식회담으로 만남을 대신했다. 이런 약식회담은 두 차례 있었는데, 첫 번째가 2022년 G20 정상회의, 두 번째가 2024년 APEC 정상회의 자리였다. 모든 회담이 약 30분에 지나지 않아 양국 관계의 발전을 추동할 만한 동력 요인을 모색하기에는 모자라는 시간으로 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정상회담의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양국 간 고위급 및 실무급 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역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공백을 깨고 지난해 10월 말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이 이뤄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복원을 선언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 같은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한 것은 7건의 양해각서(MOU) 체결이었다. 우선 양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 10일 만료된 5년 만기 70조원(약 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연장했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통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뒷받침하는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양국 국민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실버산업' 및 '혁신 창업' 분야의 협력에 관한 MOU 2건도 체결되었다. 한국 농산물의 중국 수출을 원활히 하는 중국 수출 식물 검역 요건 MOU도 체결함으로써 우리의 농산물에 대해 중국 시장을 한발 더 개방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양국 경찰 당국이 초국가적 스캠 범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도 이끌어냈다. 한·중 간 호혜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장기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한·중 경제 협력 공동계획(2026∼2030) 작성을 약속하는 MOU에도 서명했다. 2019년 12월 왕이 외교부장이 공동계획(2021~2025) 작성을 재촉한 것과 대조적인 자세를 중국이 보인 것이다.
한·중 관계의 도약은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긴밀한 논의와 협력이 요구된다. 우선 자유무역 활성화를 위한 양국 간의 외교적 노력은 긴밀한 협의체 수립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 자유무역 수호의 관건은 미·중 양국 간의 관세 전쟁의 조기 종결이다. 이를 위한 미·중 양국 당국 간의 협의가 작년 한 해 동안 긴밀하게 이뤄져 왔다. 다섯 차례의 협상이 진행되었고, 올해도 지속될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이 예약된 상황이고, 11월에는 미 의회 중간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런 정치적 일정을 전후하여 미·중 무역 협상은 분수령을 맞이할 수 있겠다.
한·중 경제 관계가 미·중 양국 관계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 구조에서 우리는 두 나라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중국의 입장을 솔직하게 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앞으로도 이 문제에 관한 대중국 소통 채널의 구축은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우리의 중국 반도체 공장의 원활한 운영과 생산을 위해서라도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에 관한 규제 완화는 상당히 중요하다. 중국도 작년에 미국과 다섯 차례 무역 협상에서 이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계속 협의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일부 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무역 협상의 결과는 아직 미미하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한·중 협력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정보 공유는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도 미국 측에 문제 제기와 이견 개진을 할 수 있겠다.
둘째, 산업 분야에서 협력 강화다. 2019년부터 한·중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은 이 같은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 우리의 우방과의 회담에서도 드러났다. 가령 2020년 왕이 외교부장은 경제무역투자, 서비스무역,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전자상거래, 의료서비스, 재난방지, 디지털경제, 녹색발전, 지방 간의 교류, 기후변화 등 영역에서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그리고 일본은 경제·무역 투자, 서비스 무역, 에너지 절약 및 환경 보호, 전자상거래, 의료·건강관리, 재난 예방·감소, 디지털 경제, 녹색 발전, 지방 교류, 기후 변화 등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에 동의했다. 작년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 전기통신 사기 단속, 자금세탁 방지, 인공지능, 전염병 대응 등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제안하면서 관련 대응 부처 간 대화와 교류 강화와 협력 전개를 주장했다.
시진핑의 국빈 방문 이전까지 중국이 우리에게 제안한 산업 분야의 협력 수준은 높지 않았다.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진전과 무역 협력의 고도화를 촉구하는 등 다소 추상적이었다. 물론 실무급 회담에서는 제도와 체계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사안들이 논의되고 결과를 이룬 것도 있지만 고위급 회담에서는 구체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첫 번째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 산업에 대한 중국 측의 협력 관심 대상 분야가 시 주석을 통해 처음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인공지능, 바이오의약, 녹색 산업, 실버(고령) 경제 등 분야에서 협력을 제안하면서 이를 양국 경제·무역 협력의 질적 제고와 고도화의 기반으로 삼을 의향을 밝혔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를 우회하면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제시한 셈이다. 한·중 양국 간 산업 협력의 잠재력을 포석한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셋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기존 입장 유지다. 중국은 우리 외교장관과 지난해 12월 31일 통화하면서 이를 상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입장도 중국의 요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다만 대만해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입장에선 ‘현 수준’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바라는 것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하는 발언이 과거에 나온 것이 중국 측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입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맥락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대만해협의 불안이 한반도 지역에 미칠 수 있는 내재적 파급효과를 구조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측도 대만해협의 불안이 미칠 수 있는 범위를 해협 지역에 국한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 대만 문제가 중국의 내정 문제임을 부정하는 나라는 없다. 다만 그 파급효과가 중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국제적이라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주변국의 입장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가 주변국과의 관계를 도약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다. 2023년부터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역할 축소를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우리와의 정상급, 고위급 회담에서도 이러한 자세와 태도를 오래전부터 보여왔다. 마지막 한·중 정상회담이 있었던 2019년 12월에도 남북 관계의 개선 노력을 지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협상 과정에 동력을 불어넣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만 했다. 2024년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관한 각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으로 결론지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한·중 정상회담에 관한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 결과 문건은 북한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 측 구두 발표에선 한반도 비핵화 의제도 다뤄졌다면서 북한 비핵화 및 평화 실현 구상을 소개하고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이재명 대통령이 당부했다고 한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한반도 및 북한 문제에 있어 당사국 원칙으로 회귀한 것을 공식화한 지는 오래다. 그럼에도 이웃 국가로서 한반도의 불안과 긴장 국면을 원할 리 없다. 이는 중국의 전략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한·중 양국의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중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과 노력이 요구된다.
한·중 관계는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복원이 선언되었고, 이제 도약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이의 실현은 양국 간의 대화와 소통, 접촉과 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 정치적 이견과 입장 차이가 크다고 중단되어서는 안 되겠다. 오히려 이런 문제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화와 교류가 더욱더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현실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웨슬리언대 정치학 학사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석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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