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사랑'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개인들은 이달 1~9일 국내 증시에서 2400억원가량을 팔아치웠지만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선 2조9000억원가량을 사들였다. 정부 개입에 주춤했던 원·달러 환율도 서학개미들 기세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국장 활황에도 서학개미들의 '사자' 행렬은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증시 간 장기기대수익률 격차, 원화 가치 하락을 원인으로 꼽는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9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9억4200만 달러(약 2조85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24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새해 코스피가 매 거래일 상승하며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미들은 오히려 해외 주식을 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그 이유를 장기 기대수익률에서 찾는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은 ‘차익실현’ 대상으로, 미국 주식은 ‘추격매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국내 주식은 단기 급등 시 오히려 장기 기대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지만 미국 주식은 반대라는 설명이다.
선례도 있다. 지난해 9~10월 미국과 한국 증시가 모두 상승한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매매 행태는 확연히 갈렸다. 당시 코스피는 두 달 동안 28.9% 급등했지만 개인투자자는 9월과 10월에 각각 9조9000억원과 6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해외 주식은 8월 이후 순매수가 다시 확대돼 10월에는 월 기준 역대 최대인 68억 달러(약 9조99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환율도 서학개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화 명목 실효환율 지수는 지난달 6일 기준 86.65로 반년 전인 지난해 7월 7일 91.61 대비 5.5% 하락했다. 원화 가치는 약해지고 달러는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보유 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해외 주식 투자는 적극적 성향인 일부 투자자를 넘어 개인투자자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은 잔액이 존재하는 해외 주식 활동계좌 수를 지난해 8월 기준 약 1105만개로 추산했다. 이를 토대로 중복 보유 계좌를 감안하더라도 실제 해외 주식 투자자는 약 600만~7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학개미들의 투자가 환율 상승을 초래한다는 판단에 지난해 말 정부는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마케팅을 제한하고 해외 주식 매각 자금을 국내 장기투자로 돌렸을 때 한시적 양도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세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별다른 효과는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단기 랠리, 일시적인 세제 해택만으로는 미국 주식 투자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본다. 한국 증시 체질 개선이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을 통해 장기 성과와 신뢰를 높이지 않는 한 개인자금의 해외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