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산량 증가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엄청나게 늘며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최대 화두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이 현실로 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서두르며 국내 역시 관련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급이 약 36%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기준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전기 사용 신청량은 7343메가와트(MW)에 달하지만, 실제 공급 가능 물량은 4718MW에 그친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이미 정부의 예측치도 넘어섰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 2.3기가와트(GW), 2038년에는 4.4GW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SMR은 AI 시대 대규모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거론된다. SMR은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자력발전소보다는 출력규모가 작지만 구축 기간이 비교적 짧고 원하는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24시간 연속·대규모·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중앙 전력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SMR이 각 지역에 분산형 전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80여개 이상의 SMR이 개발되고 있는데, 2030년부터 SMR 상용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선제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SMR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SMR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와 2035년까지 최대 500MW 규모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2030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차세대 SMR '헤르메스 2'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MS는 차세대 SMR을 포함한 청정전력망 확보를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1호기(835MW 규모) 재가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아마존은 SMR 개발사 X-에너지에 5억 달러(약 7380억원)를 투자하고, 2039년까지 미국에 5GW 규모의 SMR을 배치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SMR 구축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35년까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상용화 목표를 밝혔다. i-SMR의 표준설계인가를 2028년까지 획득하고, 2035년에 초도기 건설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정부는 i-SMR 개발에 2023~2028년 5년간 총 3992억원을 투입한다.
SMR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마련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SMR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을 합친 것으로, SMR 개발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았다. 법안은 원자로 노형과 관계없이 SMR 기술 개발을 위해 △5년마다 개발 기본계획 수립 △부지 비용 등 행정적·기술적·재정적 지원 △특구 지정 및 인력 양성 △기술표준의 국제화 추진 등을 포함한다.
황 의원은 최근 SMR을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SMR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고,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비 등에 대해 최대 55%까지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민주·이상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정책적 관심은 주로 반도체 기술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집중돼 왔고, AI 인프라 구동에 필요한 전력공급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면서 "AI 인프라 정책에 전력 공급방안까지 포함하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는 SMR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SMR 시장은 2030년부터 본격 개화할 전망인데, 우리나라도 SMR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전략적 접근과 효율적인 규제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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