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스포츠 성과주의, K-스포츠의 해에는 안녕

사진강상헌 기자
[사진=강상헌 기자]
 
스포츠는 늘 메달 개수, 순위표 등으로 평가됐다. 숫자가 성과를 나타내는 가장 직관적인 언어기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메달 몇 개를 땄는지' '순위가 몇 위인지'가 성과의 기준이 됐고, 결과에 따라 환호와 질책이 엇갈렸다. 이른바 '성과주의'는 오랫동안 한국 스포츠를 떠밀어 온 힘이었다.

1970~1980년대 정부는 '체력이 국력'이라는 표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국제대회에 나선 선수들은 '1등이 아니면 패자'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성적의 압박은 선수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전가됐다. 지도자들은 '승리하는 방식'보다 '당장 코앞에 다가온 대회에서 승리하는 결과'를 우선시했다. 성과가 곧 존재 이유가 되는 시스템에서 선수는 주체라기보다 결과를 생산하는 수단에 가까웠다.

그러나 2026년인 지금 이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성과만큼이나 선수들의 걸어온 길과 흘린 땀이 중요해진 시대다. 최근 만난 한 체육계 관계자는 "메달 개수, 순위가 최우선이 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대회를 앞두고 목표 메달 개수나 목표 순위를 밝히는 일은 없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 메달을 못 땄다고, 순위에 못 올랐다고 해서 그들의 노력이 부정당해선 안 된다"며 "앞으로는 선수들이 가진 스토리가 중요하다. 단순히 재미있는 스포츠 경기를 넘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동계 올림픽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한 해에 줄지어 열린다. 동계 올림픽, WBC, 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까지 네 개 대회가 한 해에 모두 열리는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선수들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는 '좋은 성적'이 아닌 '기량 발휘'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나선 유승민 대한체육회 회장은 "2026년 K-스포츠의 해를 맞아 우리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아울러 국제대회 관람이 일상 속 체육 활동으로 스며드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고 강조했다.

성과는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그것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 K-스포츠의 해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메달이 아니라 성과주의에 작별을 고할 용기다. 그때 비로소 한국 스포츠는 기록을 넘어 가치로 기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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