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전환을 위한 공공기관들의 마중물 협의가 가속화된다. 생산적금융의 핵심 축인 한국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IBK기업은행은 정기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의 생산적금융 정책에 힘을 싣기로 했다. 중복 사업은 최소화하고 기관별 강점은 극대화해 대규모 정책자금의 집행 효율과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금융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각 공공기관 간의 중복을 줄이고 협업 시너지를 분명히 해달라"며 "산은과 신보, 기은 사이에 업무상 중복과 협업이 많을 수 있으니 세 기관이 정기적인 협의체를 만들어 발전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주문은 정기 협의체를 통해 혁신기업 지원과 국가 성장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자는 취지다. 향후 5년간 수백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 계획을 앞둔 정책기관들의 역할 재정립이 있어야 중복 지원과 자원 분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생산적금융의 일환으로 산은과 기은은 2030년까지 각각 250조원과 30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두 국책은행에서만 550조원의 자금이 공급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실행력 강화 방안이 필요한 셈이다. 정책금융의 외형이 확대돼 현장에 원활하게 자금이 공급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구조적 한계도 해결할 수 있다. 그간 정책금융이 기관별로 집행되면서 기업들이 여신·보증·투자 과정에서 여러 공공기관을 각각 접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협의체를 통한 기능 조정은 이 같은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금융권에서는 협의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혁신기업과 국가 성장 전략에 대한 정책금융의 실행력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의체는 박상진 산은 회장을 중심으로 구성돼 생산적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를 설계하는 기구가 된다. 금융당국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협의체에 참여해 정책 조율과 행정적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이미 기관간 협업은 일부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쏠림 완화를 위해 가동한 '지방우대 금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들 기관은 지역 벤처보육 프로그램을 상호 개방하고 있다. 또한, 서민금융센터의 '찾아가는 복합지원'을 확대해 금융·고용·복지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산은이 충청 지역에 설립 중인 중부권 투자금융센터에 신보 등 금융공기관이 입주해 기업들에게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중부권 외에도 신보, 기술보증기금 등과 중소·벤처기업들이 원활한 금융 지원을 받도록 함께 협업하는 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지원과 관련해서도 기은의 10조원 투자 계획이 산은과 중복되지 않도록 협업할 계획이다. 기은이 중소기업 여신과 에너지·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역할을 맡고, 산은은 대규모 정책금융과 구조조정·신성장 산업 투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산은의 'KDB넥스트 라운드'와 기은의 'IBK창공'이 연계되는 방식도 거론된다. 초기 육성 단계에서는 IBK창공을 통해 기업 발굴과 사업 고도화를 지원하고, 이후 투자 유치 단계에서는 KDB넥스트 라운드를 연계하면 민간 자본 유입과 스케일업을 촉진하는 단계별 지원 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
이같은 사례를 기반으로 정책금융 기관 간 협업 체계가 정례화될 경우 생산적금융이 개별 사업 중심을 넘어 국가 성장 전략 차원의 금융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금융이 기관별로 나뉘어 집행되다 보니 중복 지원과 공백이 동시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1~2%만 비효율이 발생해도 수조원의 정책자금이 낭비될 수 있는 만큼 기관 간 조율을 통해 실행력과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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