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쿠팡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쿠팡의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쿠팡의 무성의하고 변칙적인 대처에 정부가 엄정하게 맞대응하면서 악화의 길을 가고 있다. 급기야 김민석 총리를 만난 밴스 부통령이 쿠팡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고, 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정부에 손해배상을 ‘경고’하는 편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는 유관부처가 총동원되어 쿠팡 관련 사건을 통합하여 수사함으로써 제재의 폭을 넓히려 시도하고 있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저지른 법률위반행위를 대표이사까지 미국인으로 교체하고 허위정보를 동원하면서까지 ‘한국 정부에 의한 미국기업 차별’로, 한미통상문제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쿠팡사태가 한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현주소를 묻는 시금석으로 부상하고 있다.

작금의 사태는 기업 쿠팡의 영업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지 않은 기업범죄의 확대로 규정할 수 있다. 그동안 쿠팡은 다양한 유형의 불법·위법행위를 한국 실정에 맞게 ‘맞춤형 영업수단’으로 악용해왔다. 노동자 착취, 거래기업과의 불공정거래행위, 소비자 주권의 침해, 불투명한 로비활동 등으로 한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구조적 결함을 악용하면서 확대해왔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 기업’임을 강조하고 쿠팡의 로비를 받은 미국 정치인들의 내정 간섭성 언행이 반복되면서 정책당국의 의혹의 눈초리를 위축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쿠팡사태는 한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순이 총결집된 사례인 셈이다. 쿠팡사태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한 국회청문회에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필두로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가 합동으로 청문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에서 핵심쟁점은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것이다. 쿠팡은 유출 용의자가 사용한 노트북과 저장매체를 회수하여 자체적으로 포렌식한 결과라면서 그가 “3,300만개 계정에 접근할 권한을 가졌으나 실제로 탈취한 데이터는 3,000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회수, 삭제되어 제3자 유출은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로저스 대표는 쿠팡의 자체조사가 “한국 정부, 특히 국정원의 지시와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증언이 허위임은 국정원이 “쿠팡과 접촉하기 전에 이미 독자적으로 하드디스크 이미지를 복제했다”고 밝힘과 동시에 로저스 대표를 국회증언강정법 상 위증 혐의로 고발해줄 것을 국회에 공식 요청하면서 들통났다. 유출 건수도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이 “3,300만건 이상의 이름, 이메일이 유출”되었음이 이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 민관합동조사단에서 확인한 사실임을 밝혔다.

쿠팡이 보안사고를 축소, 은폐하면서 버틸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뒷배’는 역설적으로 유출 피해자들이다. 이들 중 수백만 명은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쿠팡을 탈퇴하여 응징했지만 대부분의 회원은 계속 이용하고 있어서 2019년 ‘한일 반도체전쟁’ 당시의 불매운동과 같은 참여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쿠팡 없이 살 수 없다”는 김범석 의장의 호언이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호언이 허세가 아닐 수 있는 이유는 개인정보유출이라는 다소 막연한 손실에 비해 쿠팡이 제공하는 새벽배송과 가격경쟁력이라는 현실적인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마주치는 즉각적인 반대구실은 택배노동자의 일거리 감소이다. 쿠팡의 매출이 감소하면 택배노동자의 일감이 줄어드는 것이다. 반대의 논리도 만만치 않은 압박을 가한다. 과로사를 피하기 위해 새벽배송을 금지하면 맞벌이 부부처럼 가사노동시간이 빠듯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이다. 노동자와 소비자의 대립구도가 설정된다. 정보유출을 초래한 보안시설 미비나 과로사를 초래하는 새벽배송의 유지로 더 큰 돈을 버는 것은 기업 쿠팡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

작금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쿠팡의 오만한 대응은 과로사, 블랙리스트, 퇴직금 비지급 등 노사관계에서 은폐되었거나 축소·무마되었던 사건이 다시 여론의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20년 10월과 2025년 11월에 각각 발생한 두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는 쿠팡 택배노동자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근로복지공단도 2021년 2월 산재로 공식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내부적으로 장덕준씨의 “업무강도가 낮았음을 강조하라”는 업무지침을 내렸다. 유가족에게는 합의금을 제시하며 산재신청을 포기하도록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쿠팡의 배송위탁업체(CLS) 소속인 오승룡씨에 대해서는 김영훈 노동부장관이 청문회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초래한 “산업재해에 해당함이 상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의 살인적인 노무관리시스템도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작업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시간당 할당량을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평가를 실시하여 “30%에게는 권고사직을, 19%에게는 감봉이나 전보 등 불이익”(안호영 국회의원)을 가했다. 2024년 언론 보도로 알려진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은 물류센터에 근무했던 일용직 노동자 1만6450명의 실명, 생년월일, 연락처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 관리해오던 불법행위였다. 언론보도 직후 쿠팡은 명단을 관리하던 부서를 이전시키고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압수수색에 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쿠팡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체불 불기소 사건’은 쿠팡이 자신의 실정법 위반을 대관업무로 은폐하려던 사건이다. 쿠팡의 대관업무는 가히 독보적이다. 경실련이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요청한 자료에 근거하여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6년간(2020~2025) 국회 퇴직자가 가장 많이 재취업한 대기업은 쿠팡(16명)이었다. 이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보다 많은 수치이다. 경실련은 이들이 국내에서 “사법방해에 가까운 로비”를 벌일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인을 포섭하여 “국내 입법주권을 침해”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대관 조직은 공직자윤리법이 허용하고 있는 퇴직자의 재취업을 넘어서는 “이해충돌의 제도화이자 명백한 법 위반 사유”로 판단하고 있다.

작금의 개인정보유출사건을 은폐하려는 쿠팡의 시도는 국제적 금융범죄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쿠팡 스스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서류에 “3,000건 유출, 제3자 유출 없음”으로 자사의 일방적 주장만을 담음으로써 사실상 허위사실을 전달한 것이다. 이러한 정황이 미국에서 투자자 집단소송으로 이어져 증권거래위원회의 제재금 부과로 결론이 내려진다면 쿠팡에게는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격’이 될 수 있다. 외국기업의 국내 범죄행위가 국내법보다 외국법에 의해 처벌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비극이다. 위법·불법행위가 탄로나서 처벌받는 것을 대관업무로 저지하는 것이 실패하면 쿠팡이 믿는 또 다른 구석은 한국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다.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면 처벌은 가벼워진다.

쿠팡의 개인정보유출사건을 계기로 다시 규제강화에 대한 요구가 드세게 일고 있다.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증거개시(디스커버리)는 실효성 있는 소비자 피해구제 ‘3종 세트’로 불린다. 집단소송은 피해자 중 일부가 승소하면 그 효력이 피해자 모두에게 미치는 제도다. 특히 기업들은 소송 중 증거개시로 이메일 같은 민감한 자료까지 공개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진다. 미국에서는 이 때문에 거액의 배상을 약속하며 피해자와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법이 제정된다 할지라도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되었지만 재해자 수는 2021년 122,713명에서 2022년 130,348명, 2023년 136,796명, 2024년 142,771명으로 오히려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오랜 수사 끝에 유죄 판결받은 사건 중 85.7%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쿠팡사태는 한국형 기업국가를 대대적으로 수술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김호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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