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가유산 사적 유용'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국가유산청 내부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청 차원의 자체 감사 결과가 당시 기관장이던 최응천 전 국가유산청장은 제외한 채, 지시에 따랐던 실무 책임자에게만 중징계를 내리는 '꼬리 자르기'식으로 귀결되면서다.
공직 사회 내부에서는 권력의 부당한 요구에 취약한 행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사태의 후유증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국가유산청지부와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은 4일 서울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산 사유화 논란'의 핵심인 최응천 전(前) 국가유산청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벌어졌던 당시 국가유산청의 최고 결정권자였던 최 전 청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황진규 국가유산청 공무원 노조위원장은 최 전 청장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짚으며 "대한민국의 관료 사회는 정무직 공무원이 임용된 후 정책 실패 등에 대해 정권이 바뀌거나 퇴직하면 본인들은 책임지지 않고 이하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관행이 계속돼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전 청장은 직위로 보거나 그간의 행보로 본다면, 국가유산청 누구보다도 김건희씨와 밀접한 관계였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실무자만 처벌받아야 하는 상황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공무집행방해 및 문화유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 여사를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국가유산청의 자체 조사 결과, 김 여사는 사적인 목적으로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었다. 또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를 시찰하고, 경복궁 근정전 어좌에 앉는 등 국가유산청의 관리행위를 방해했다.
문제는 이러한 감사 과정에서 국가유산청이 최 전 청장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이재필 전 궁능유적본부장을 직위해제하고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황 위원장은 "국가유산청 자체 감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경찰은 김건희씨 등과 관련한 당시 국가유산청 최고 책임자인 최 전 청장을 명명백백히 수사해 법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고발을 대리해서 진행하는 법무법인 수성의 김익환 변호사는 "형법상 직권 남용죄, 직무유기죄, 공무집행 방해에 대한 방조 혐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4가지 혐의로, 최 전 청장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했다"며 향후 추가 고발이 이뤄질 가능성 역시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공직 사회에서는 하급 공무원이 상급자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제3의 어좌 착석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국가공무원법 57조를 개정해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복종 의무' 조항을 폐지했으나, 지시를 내린 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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