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6·3 지방선거, AI 선수를 뽑자] ③공무원은 배우는데, 단체장은 왜 예외인가

  • ― 학습하지 않는 리더가 만드는 행정의 공백

지방행정 현장에서 가장 기이한 장면은, 배우는 사람과 결정하는 사람이 분리돼 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들은 인공지능(AI)을 배우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앞다퉈 AI 교육 과정을 만들고, 정책 기획과 행정 서비스에 생성형 AI와 데이터 분석을 접목하는 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 최종 판단권자인 자치단체장은 그 흐름에서 비켜 서 있다.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학습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 모순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의 작동 방식과 책임 구조를 흔드는 본질적인 문제다. 공무원 조직은 점점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최종 결정은 데이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리더의 직관에 맡겨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행정의 불안정성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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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지피티]


AI 교육을 받는 공무원들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어떤 데이터가 정책 판단에 사용될 수 있는지, 자동화된 분석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지, 행정 책임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함께 학습한다. 이는 기술 교육이 아니라 판단 교육에 가깝다. 그러나 이 판단의 종착지는 늘 단체장이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배움은 보고서로만 남는다.


이때 조직은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인다. 하나는 데이터를 최대한 단순화해 ‘결정권자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판단을 외주화해 ‘전문가 의견’이라는 말로 덮는 것이다. 어느 쪽도 건강한 행정이라 보기 어렵다. 전자는 정책의 깊이를 잃고, 후자는 책임의 주체를 흐린다.


이 구조의 위험성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재난 대응에서 AI 예측 모델은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모델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예외 상황과 새로운 변수, 현장의 직관은 결국 사람이 보완해야 한다. 단체장이 AI를 맹신하거나, 반대로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만 받아들이는 순간 행정은 경직된다.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알리바이로 전락한다.


선출직 단체장이 학습의 예외로 남아 있는 이유는 오래된 제도적 관행 때문이다. 선거는 도덕성과 경륜, 정치적 비전을 검증하는 절차로 설계돼 왔다. 그러나 기술 환경이 급변한 지금, 이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는 행정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정책 판단의 전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는 공무원이 하면 된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판단을 대신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예외가 조직 문화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단체장이 배우지 않으면, 배움은 실무자의 몫으로 축소된다. 실무자는 분석하고 제안하지만, 결정권자는 이해하지 못한 채 승인하거나 보류한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공무원들은 점점 질문을 줄인다. 설명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학습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행정은 조용히 보수화된다.


AI 리터러시는 단체장에게 추가로 요구되는 ‘플러스 알파’의 역량이 아니다. 지금은 최소 요건에 가깝다. 예산을 투입하고, 정책을 선택하며, 실패의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면 그 판단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기술 전문가가 되라는 요구가 아니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주목해야 할 장면은 후보의 공약 발표가 아니라 질문 앞에서의 태도다. AI를 어디에 쓰겠다는 말보다, 왜 그 영역에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는가. 데이터 기반 행정을 말하면서 그 데이터의 한계와 위험을 함께 말할 수 있는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말로 판단을 미루지 않는가.


아주경제가 제안하는 ‘AI 선수’의 기준은 분명하다. 학습을 회피하지 않는 리더다. 당선 이후에 배우겠다는 말이 아니라, 지금 이해하고 질문하는 리더다.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학습에서 면제받지 않는 리더다. 민주주의에서 선출은 면허가 아니라 책임의 시작이다.


공무원은 배우는데 단체장은 예외인 행정은 오래갈 수 없다. 배움과 판단이 분리된 조직은 결국 책임을 잃는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 오래된 예외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기준을 바꿀 것인지를 묻는 선거다.


6·3 지방선거, 이제는 묻자.
이 후보는 배우는 조직의 리더가 될 준비가 돼 있는가.
AI 시대의 행정은 학습을 거부하는 순간부터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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