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 4년] ①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

  • "양측 모두 이기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처만 깊어진다."

<편집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단순한 선악 구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주경제는 이 전쟁을 이념이나 진영이 아닌 국제정치의 현실과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전쟁의 전개 과정과 외교적 선택의 맥락을 짚으며, 한국에 던지는 함의를 살펴봅니다. 이번 연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하는 또하나의 시각을 제시할 것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어느덧 5년째로 접어들었다. 군사력과 국력을 앞세운 ‘골리앗’ 러시아와 이에 맞선 ‘다윗’ 우크라이나의 싸움으로 비유됐던 이 전쟁은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낳은 분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동시에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끝없는 전쟁’이란 평가도 나온다. 2022년 2월 시작된 전쟁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고 소련 시절의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구상을 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전쟁은 러시아를 군사·경제·외교적으로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우크라이나 육군 제65기계화여단 신병들이 전선 인근 훈련장에서 군사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우크라이나 육군 제65기계화여단 신병들이 전선 인근 훈련장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는 약 12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32만5000명을 넘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피해다. 일부 전선에서 하루 평균 진격 거리는 70m에 불과해 1916년 솜 전투보다 느리다.
 
그래픽송지윤
그래픽=송지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중 약 5분의 1을 점령하고 있지만 그 대가는 막대한 인명 피해였다. 압도적인 힘으로 단기간에 끝내려던 전쟁은 오히려 러시아의 체력을 빠르게 소진시키는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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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지윤

러시아의 경제 사정도 녹록지 않다. 2025년 제조업 생산은 위축됐고 내수도 살아나지 못했다. 성장률은 0.6%에 그쳤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은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세계 100대 기술기업 가운데 러시아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에너지 수출과 중국·북한·이란과의 군수 협력이 전쟁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서방 외교 관계자는 “러시아는 이제 자체 체력보다 외부 네트워크에 의존해 버티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전쟁은 서방 진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초기에는 유럽 각국이 한목소리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방위비 부담, 물가 상승, 정치 지형 변화가 겹치고 있다.
 
그래픽송지윤
그래픽=송지윤

베르톨트 리트베르거 독일 뮌헨대 교수는 “서방 사회 전반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며 “미국이 빠지면 유럽은 푸틴을 억제할 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EU 고위 관계자도 “말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실제로 예산을 짜는 과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조지프 패런트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는 보다 냉정하게 진단한다. “전쟁은 사실상 초반 6개월에 결론이 났다. 양측 모두 이기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처만 깊어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년이 흐른 가운데 지난 4일 하르키우 시내 파손된 주거용 건물 앞 눈밭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AFP-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년이 흐른 가운데 지난 4일 하르키우 시내 파손된 주거용 건물 앞 눈밭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AFP-연합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3월을 목표로 잠정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트럼프 대통령 사위가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는 점령지를 포기할 생각이 없고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 협상은 움직이지만 타협은 보이지 않는다. 

한 유럽 외교관은 “지금 협상은 진짜 평화라기보다는 ‘관리된 휴전’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이야기만은 아니다. 동북아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빠지면 러시아는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AJP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나현 기자 shootingajupresscom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AJP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나현 기자 shooting@ajupress.com]

그는 특히 북한을 우려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협력해 미사일과 핵 기술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한반도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도 비슷한 시각이다.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는 극동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한국이 새로운 협력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한국 외교에도 고민이 깊어진다. 서방과 보조를 맞춰야 하지만 러시아와 관계도 완전히 끊기는 것은 부담이다. 유라시아 전체를 놓고 국익을 계산해야 한다.
 
국밍의힘 김건 의원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의원회관에서 AJP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유나현 기자 shootingajupresscom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AJP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유나현 기자 shooting@ajupress.com]

권 의원은 “안보 역량을 키우고 동맹과 협력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동시에 실용 외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과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한국이 역할을 할 여지도 크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다. 국제질서 전체를 흔드는 시험대가 됐다. 군사력의 한계, 동맹의 피로, 외교의 제약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3월 협상이 성과를 낼지 또 한번 무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이 남긴 상처와 변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시작된 전쟁은 어느새 모두를 지치게 하는 소모전이 됐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파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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