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의원 선거 투표 시작, '트럼프가 밀고 2030이 끈' 자민당 압승 가나

  • 트럼프, 다카이치 "완전한 지지"… 2030은 '오시카츠(팬덤)' 열기

  • 다카이치, 유세 땐 '경제' 올인, '안보' 언급 0… 철저한 은폐 전술

  • 자민+유신회 300석 육박 전망… 전후 80년 평화헌법 체제 갈림길

지난달 27일 자민당 지원 유세에 나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자민당 지원 유세에 나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8일 오전 7시, 일본 제51회 중의원 선거 투표가 전국 4만 5천여 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도쿄 등 수도권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도호쿠와 동해 인근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는 궂은 날씨다. 하지만 일본 정계의 기상도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쾌청'이 예보됐다.

심지어 일본 선거판의 오랜 불문율인 '눈(雪)의 정치학'마저 뒤집혔다. 지지통신은 "통상 악천후로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표가 단단한 자민당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이번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무당파와 청년층이 결집하자 자민당은 오히려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는 반면, 열세인 야당은 폭설이 '다카이치 돌풍'을 차단하고 전통적인 본인들의 조직표가 힘을 쓰길 기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전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7시 20분, 도쿄 세타가야구 후타코타마가와 공원. 다카이치 총리의 마지막 유세장에는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중장년층이 주류였던 과거 자민당 유세와 달리,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굿즈를 든 2030 세대가 아이돌을 응원하듯 환호하는 '오시카츠(推し活·팬덤 활동)' 현상이 뚜렷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성장의 스위치를 닥치는 대로 눌러 젖히겠다"고 외치자 20대 청년들이 환호했다.

반면 같은 시각,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이케부쿠로역 앞에서 "평화 국가의 길을 잃어선 안 된다"며 절박하게 지지를 호소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기간 지구 3분의 1 바퀴에 해당하는 1만 2480km를 강행군하며 전국을 훑었으나, 연립 파트너인 유신회의 본거지 오사카는 방문하지 않는 '거리두기' 전략도 병행했다.

◇여론조사, 자민당 '압승'

요미우리신문과 닛케이신문이 각각 실시한 종반 정세 조사(3~5일) 결과는 자민당의 '압승'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한다.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체 289개 소선거구 중 70%에 달하는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며, 단독으로 과반(233석)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점하고 국회 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절대안정다수(261석)' 확보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닛케이는 자민당과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를 합칠 경우,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중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재의결하거나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는 압도적 숫자다. '이시바 파동'으로 흔들리던 자민당이 불과 한 달 만에 압승 구도로 전환된 배경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풍(外風)과 다카이치 총리의 치밀한 은폐 전술이 있었다.

반면 야당 전망은 암울하다.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의석 수가 선거 공시 전 167석에서 100석 미만으로 반토막 날 위기에 처했다. 요미우리는 "야당 통합 효과는커녕 기존 의석의 유지조차 버거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전엔 '영토', 오후엔 '경제'… 다카이치의 양면 전술

다카이치 총리의 선거 전략은 철저한 '보수 본색 감추기'였다. 요미우리신문이 공개한 총리의 7일 동선에 따르면, 오전에는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반환을 촉구하는 전국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총리는 "옛 거주민들의 성묘 재개는 최우선 과제"라며 보수 지지층이 중시하는 영토 수호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오후 거리 유세에서는 국론이 분열될 수 있는 민감한 이슈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닛케이신문이 공시 후 총리의 전국 유세 40회를 분석한 결과, 찬반이 뚜렷한 '스파이 방지법'이나 '헌법 개정' 등 안보 이슈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0회). 총리가 평소 강조해 온 소비세 감세론 역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대신 유권자가 반기는 '적극 재정(돈 풀기)'은 모든 유세장에서 100% 언급했다. 이와 관련 공산당 다무라 도모코 위원장은 7일 유세에서 "총리가 비원(悲願)이라던 소비세 감세에 대해, 선거가 시작되니 입을 닫았다.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이 같은 '쟁점 은폐' 전술을 비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원 사격도 결정적이었다. 트럼프는 선거 직전인 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지지(Complete and Total Endorsement)"를 표명했다. 타국의 선거에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이례적이다. 이는 다카이치 정권이 향후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전략에서 핵심 파트너로 낙점되었음을 시사한다.

◇승패 가를 '매직 넘버'… 261과 310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자민당의 승리 여부가 아니라 '이기는 숫자의 크기'다. 일본 언론은 4개의 '매직 넘버'에 주목하고 있다. ▲233석(단순 과반)은 정권 유지의 마지노선이다. ▲243석(안정다수)은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점할 수 있는 수치다. 주목할 것은 ▲261석(절대안정다수)이다. 이 선을 넘으면 모든 상임위에서 위원 과반을 확보해, 야당의 반대 토론을 무력화하고 법안을 고속 처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10석(3분의 2)은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의결해 확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향후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평화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역사적 분기점'이 된다. 아사히신문은 이 선이 무너지면 "전후 80년간 일본을 지탱해 온 평화주의 체제가 사실상 종료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 끝나면 날아들 '3가지 청구서'

따라서 현재로서는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일본 사회가 받아들 청구서는 만만치 않다. 다카이치 총리가 유세 기간 굳게 닫았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때문이다.

첫째, 경제 분야 청구서다. 8일 닛케이 금융 칼럼(금융 PLUS)은 "시장의 심판 대상이 일본은행에서 정부 재정으로 넘어갔다"고 경고했다. 다카이치의 무제한 재정 확대 공약에 대한 우려로 일본 국채 40년물 금리는 한때 4%대를 터치했고, 미 JP모건은 일본을 "과잉 채무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용 돈 풀기가 끝나면 국채 금리 급등과 엔저의 역습이 시작될 수 있다.

둘째, 안보의 청구서다. 아사히신문 조사 결과 자민당 후보의 53%는 "국민 부담이 늘더라도 방위비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민·유신 연립 합의서에는 '원자력 잠수함 보유 추진'과 '무기 수출 제한 철폐'가 명시돼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는 7일 유세에서 "우리는 안보와 성장의 액셀러레이터가 되겠다"며 선거 후 안보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셋째, 사회의 청구서다. 다카이치 총리는 7일 유세에서 "외국인은 일본어와 문화를 배우고 룰을 지켜야 한다"며 '공생(共生)'보다는 '질서'에 방점을 찍었다. 사실상 외국인 수용의 문턱을 높이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닛케이는 "2040년 110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엄격한 잣대(배척)는 되레 경제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 밤 8시, 투표 마감과 함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일본이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와 '초(超)적극 재정'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설지를 결정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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