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전산 오류로 대규모 오지급 사고를 내면서 8년 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다시 소환됐다. 시장에서는 과거 전산 사고를 되짚는 일이 향후 금융 시스템의 보완 지점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8년 4월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현금 배당을 주식으로 잘못 입력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약 28억주(약 112조원 상당)의 유령주식이 직원 계좌에 반영된 것이다. 단순 전산 입력 실수로 시작된 이 사고는 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되며 자본시장 전산 처리와 내부통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 사건은 최근 빗썸에서 발생한 전산 오류에 따른 자산 오지급 사고와 닮아 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자체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비트코인 62만개(약 60조원 규모)를 잘못 지급하는 오류를 일으켰다. 이벤트 당첨금 1원이 비트코인 1개로 반영됐고 일부 이용자는 이를 거래하거나 외부 지갑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유령주식 사태가 불거진 당시 시장은 사고의 규모보다도 전산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에 주목했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아무런 제약 없이 계좌에 입고될 수 있었다는 점 자체가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에게 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지급하려 했지만 전산상에는 실수로 주당 1000주가 입력됐다. 그 결과 발행주식 수의 30배가 넘는 주식이 생성됐다.
당시 일부 직원들은 전산에 표시된 주식을 실제 자산으로 인식해 매도에 나섰고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한때 10% 넘게 급락했다. 삼성증권은 사고 당일 주식을 매도해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에 대해 장중 최고가 3만9800원을 기준으로 손실을 보상하기로 했다. 매도가와의 차이에 매도 주식 수를 곱해 산정했으며 수수료와 세금도 포함했다.
사건 이후 금융당국은 즉각 검사에 착수했고 삼성증권은 일부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과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증권사 전산 시스템 전반에 걸쳐 입력·승인·집행 절차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해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에 대한 사법 처리도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법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컴퓨터 이용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증권 두 직원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른 피고인들 역시 집행유예와 함께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사고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증권사나 거래소가 존재하지 않는 자산을 기반으로 시장 전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발행 주식이나 코인 수를 훨씬 웃도는 수량이 입력됐음에도 이를 경고하거나 차단하는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오입력을 넘어 금융시장 참여자와 감독당국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지만 유사한 오류가 다른 영역에서 반복되는 흐름까지는 막지 못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빗썸 사고를 금감원이 예방할 수 없었냐는 지적에 “금감원에 와보니 가상자산 규율하는 인력이 20명이 채 안 되더라”며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제도적 기반이 전통 금융시장에 비해 여전히 미비하다는 평가가 많다. 법적 규제가 사실상 마련되지 않았고 동일한 전산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대응 체계가 취약한 상황이다. 빗썸 오지급 사건 이후 금융당국과 국회는 거래소 전반의 내부통제와 규제 강화 필요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은 한국 자본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유사한 전산 오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빗썸 오지급 사고 또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그랬듯 전산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가상자산 부문이 레거시 금융으로 들어오려면 규제·감독 체계가 대폭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며 “반면교사 삼아 2단계 입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빗썸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삼성증권 사태 당시 금융당국이 일부 영업정지와 대표이사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내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하반기 예정된 빗썸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심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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