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B2B 설탕 가격 짬짜미한 CJ·삼양·대한제분…공정위 과징금 4083억

  • 8차례 가격 변경 폭·시기 합의…직급별 모임으로 가격 담합

  • 2007년 이후 두 번째 적발…3년간 가격 변경내역 보고 명령

  • 주병기 "장기간 약탈적 담합 제재…부당한 가격 상승 경종"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정거래위원회가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설탕 3사의 사업자간(B2B) 거래에 적용되는 설탕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한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3개 제당사들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했다.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의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상승폭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이다.

반면 원당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하락분을 늦게 가격에 반영했다. 특히 원당 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시기를 지연시킨 것이다.

이들은 대표, 본부장, 영업임원, 영업팀장 등 직급별 모임이나 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했다. 대표급·본부장급 모임에서는 대략적인 가격인상 방안이나 3사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합의하고 임원·팀장은 세부 실행방안을 합의한 것이다.

가격변경의 폭과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후에는 전체 거래처에 가격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 협상을 진행했다.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이를 수시로 공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당사들은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 뒤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해 이익을 극대화 한 것이다. 수요처들은 가격인상 압박을 받았고,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설탕은 대규모 장치가 필요하고 고율 관세 부과 등 무역장벽까지 세운 산업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담합에 나선 것이다. 특히 2007년 같은 혐의로 한 차례 제재를 받고도 담합을 감행했고, 2024년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해왔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제당사들은 담합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기 위해 실제 회합 및 전화통화 등을 통해서만 연락을 해 2024년 현장조사 당시에는 명확한 합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담당 조사관들은 일부 정황증거를 바탕으로 1년여 간 끈질긴 조사 끝에 구체적인 담합 혐의를 확인한 뒤 공정위·검찰에 자진 신고하도록 이끌어냈고, 7개월간 추가 조사를 통해 전말을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정위는 설탕 3사의 담합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CJ제일제당에 1506억8900만원, 삼양사에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에 1273억7300만원 등 총 4083억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 변경 내역 보고명령, 법위반사실 통지명령, 임직원 교육실시 및 보고명령, 영업팀 담합 여부 자체조사 및 보고명령, 담합 가담자에 대한 징계규정 신설 및 보고명령 등 시정명령도 부과됐다. 가격 변경 내역 보고명령은 향후 3년간 설탕 가격의 변경 현황을 연 2회 공정위에 서면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공정위는 가격 재결정명령도 검토했지만 설탕 3사가 공정위 조사 중 가격을 인하한 것을 고려했다. 주 위원장은 "가격변경 현황을 살펴 담합에 취약하고 독과점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장의 가격 변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며 "일정 기간 경쟁이 지속될 수 있또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식료품 분야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인 담합을 제재한 사건"이라며 "최근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높은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상승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며 "담합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대응하고 부당이득보다 더 큰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검찰 발표보다 늦게 제재가 이뤄져 사건 처리가 늦다는 지적에는 "공정위 조사가 없었으면 자진신고가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5년간 공정위의 담합 사건 처리 기간이 평균 450일인 가운데 이번 사건은 220일만에 조사를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의 기소에 해당하는 것이 공정위의 조사 완료와 심의 상정인데, 공정위가 조사를 완료하고 심의를 상정한 것이 지난해 10월"이라며 "지난해 담합 사건 처리기간도 평균 281일로 크게 단축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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