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모시모시] 한·중·일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 삼국지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메달 색깔을 두고 경쟁한다. 하지만 경기장 밖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또 다른 승부가 벌어진다. 기업들의 자리 싸움이다.

올림픽에는 ‘TOP 스폰서’라 불리는 매우 비싼 자리가 있다.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알려져 있는데, 업종마다 단 한 기업만 앉을 수 있는 특별한 의자다. 올림픽 월드 와이드 파트너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올림픽 로고를 유일하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자리는 가격이 꽤 비싸다. 2021~202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 프로그램으로 벌어들인 돈은 약 4조65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참여 기업 수로 나누면, 한 회사가 1년에 약 800억원을 내는 셈이다. 아무리 올림픽이라고 해도 광고 한 번 하자고 지불하기엔 엄청난 돈이다. 그래서 이 자리는 아무나 못 앉는다. 
 
사진IOC 홈페이지
IOC 최고위 스폰서 '월드와이드 파트너' 기업로고. [사진=IOC 홈페이지]

이번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선 이 비싼 자리를 두고 한국, 중국, 일본 기업의 삼국지가 펼쳐졌다. 

먼저 일본을 보자. 파나소닉, 브리지스톤, 도요타... 한때 세계 시장을 휩쓸던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IOC와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계약을 끝내고 모두 물러났다. 800억원짜리 의자를 계속 지키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다. 세계 무대의 맨 앞줄에서 일본 기업의 이름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 빈자리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알리바바는 이번 대회에서 인공지능(AI) 분야를 맡았다. 중계 화면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 선수의 움직임을 360도로 보여주고, 운영진을 돕는 AI까지 제공한다. 방송용 클라우드도 알리바바가 제공했다. 선수촌 세탁기와 TV는 모두 TCL 제품이다. 예전엔 일본 TV가 세계 표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 기업이 올림픽 한가운데 서 있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다행히 삼성이 무선통신 분야에서 여전히 TOP 파트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30년 이어온 자리다. 매년 올림픽 로고 옆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업들에게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의미한다. 올림픽은 스포츠 경기지만 동시에 기업들의 리그이기도 하다. 빙판 위 순위가 바뀌듯 기업의 자리도 수시로 바뀐다.

이번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최고위 파트너에서 일본 기업은 빠졌고, 중국 기업은 전면에 섰고, 한국 기업은 자리를 지켰다.

다음 대회에서는 누가 웃고, 누가 물러날까. 올림픽 로고 아래, 기업들의 계산기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올림픽은 2주간 열리지만, 한·중·일 기업의 삼국지는 4년마다 다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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