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잠시 멈춤의 시간이다. 그러나 산업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유럽에서 글로벌 정상과 기업인을 만나고, 최태원 SK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관세 리스크와 중국 전략을 고심하며, 구광모 LG 회장은 AI 전환을 축으로 한 중장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HD현대와 한화 역시 조선·방산의 미래 수주와 글로벌 협력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
명절에도 이어진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의 현장 경영은 보여주기식 행보라기보다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AI가 산업의 질서를 바꾸는 지금, 한 번의 판단이 10년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의사결정은 기업 내부 사안에 그치지 않는다. 수조 원의 투자 방향을 정하고, 수만 개 일자리의 구조를 바꾸며, 협력사와 지역 경제, 국가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까지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증설 여부, AI 인프라 투자, 미래차 플랫폼 전환 같은 선택은 단순한 사업 조정이 아니라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분기점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정확성이다.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술과 시장 변화를 데이터로 검증하며, 지정학과 규제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읽어야 한다. 내부 보고서에만 기대선 안 된다. 연구개발 현장, 글로벌 파트너, 젊은 인재, 외부 전문가의 시각을 교차해 판단해야 한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과거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통찰에서 나온다. 3년 실적이 아니라 10년 생존을 기준으로 삼는 안목이 필요하다.
동시에 총수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쉼 없는 일정 속에서는 전략도 피로해진다. 한 걸음 물러서 산업의 큰 흐름을 정리하고, 생각을 비우며 다시 채우는 시간이 있어야 판단의 질도 높아진다. 명절의 휴식은 사치가 아니라 전략 재정비의 과정이다. 잘 쉰 리더가 더 멀리 본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기술 패권 경쟁은 더 거세지고 있다. 협력은 확대하되 의존은 분산하고, 도전은 과감하되 리스크는 냉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 총수들의 어깨는 무겁다.
이번 설 연휴가 단순한 현장 방문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더 많이 듣고, 더 깊이 파악하고, 더 멀리 내다보는 시간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의 다음 10년 먹거리를 설계하는 숙고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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