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IEEPA(국제비상경제수권법)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는 대통령 권한을 벗어난다고 판시하면서 미국 통상정책의 향방에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법적 제동이 걸렸지만, 트럼프 측은 무역법 122조를 활용한 10% 한시 관세와 무역법 301조 조사, 그리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품목별 관세 확대 등 다양한 우회 수단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정책 경로의 전환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지는 국제통상 전문가인 허윤 서강대학교 교수와의 긴급 인터뷰를 통해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관세정책 전개 방향, 그리고 한국 정부와 기업이 취해야 할 대응 전략을 짚어봤다.
“대통령 재량의 한계는 분명…그러나 관세정책은 다른 길을 찾을 것”
― 판결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IEEPA 관세권 제한의 범위와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허윤교수=이번 판결의 본질은 대통령의 긴급경제권한이 곧바로 관세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있습니다. IEEPA는 1977년 제정된 법으로, 국가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경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광범위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관세 부과의 본질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헌법적 원칙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행정부 권한의 한계를 분명히 한 판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232·122·301조 등 우회수단을 통해 사실상 관세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습니까.
허교수=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복잡한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관세 부과의 통로를 바꾸겠다는 의미입니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단기 관세, 무역법 301조에 따른 불공정무역 조사, 그리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국가안보 명분의 품목 관세 등 다양한 수단이 존재합니다. 나아가 수입허가제 수수료 부과나 특정 품목 수입제한 같은 방식으로 실질적 보호조치를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법적 기반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정책 의지가 강하면 관세 압박은 다른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교수= 122조는 조사 절차 없이 단기 처방이 가능한 조항입니다. 국제수지 적자를 이유로 최대 15%를 150일까지 부과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한시적’이지만, 그 150일 동안 301조나 232조 조사를 신규 개시하거나 품목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즉, 122조는 시간 벌기 수단이며, 장기 관세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구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 301조의 타깃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한국의 위험 요인은 무엇입니까.
허교수= 301조는 그동안 펜타닐, 불법이민 등 특정 현안에 집중됐지만 범위는 얼마든지 확장 가능합니다. 232조는 이미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목재 등 전략품목에 적용됐거나 적용 예정입니다. 한국은 전략산업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품목별 충격이 클 수 있습니다. 특히 안보·공급망 논리가 결합될 경우 예외를 받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 기업들은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허교수= 관세뿐 아니라 수입라이선스, 통관절차 강화 등 비관세장벽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가격 전가 전략을 재설계하고, 계약서에 관세변동 리스크를 반영해야 합니다. 원산지 구조를 점검해 미국 내 생산 확대나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검토해야 합니다. 단기 대응과 중장기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이미 낸 관세의 환급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허교수= 자동 환급은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소송을 통해 환급 여부를 다투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법원(CIT)의 재심리를 통해 절차와 대상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은 소송 비용과 환급 실익을 냉정히 따져야 합니다. 특히 미국 현지에 투자한 기업은 정책적 보복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입니다.
― 대미 투자는 ‘보험’입니까, ‘인질’입니까.
허교수= 단순히 보험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투자 확대가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정책 압박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과 대만 등 미국 안보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전략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맹국 간 경쟁 구도도 변수입니다.
― 한 문장으로 조언해 주신다면.
허교수= 지금은 감정적 대응이나 단기 처방에 치우칠 때가 아닙니다. 장기적 시각에서 전략적 대응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해야 합니다. 협상이 열려 있다 하더라도, 재협상은 또 다른 충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신중하면서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 허윤 교수는
허 교수는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국제통상 및 국제경제정책을 전공해 왔다. 미국 무역법 301조·232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과 경제안보 이슈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통상 전문가다. 정부 통상자문과 정책 토론 활동에 참여해 왔으며, 한미 통상관계와 미·중 무역갈등 분석 분야에서 활발히 기고와 방송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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