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MWC 2026, 통신의 이름을 바꾸다

  • — 한국 통신3사는 '망'에서 '지능'으로 넘어가야 한다

3월 2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연결의 시대는 저물고, 지능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선언이다. 올해 주제는 ‘연결과 지능이 융합된 미래(The IQ Era)’다.  통신은 더 이상 관로(管路)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실어 나르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저마다 AI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풀스택 AI, 기업형 AX, 사람 중심 AI. 구호는 진화했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이 전략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매출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가.



통신 산업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성공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5G 인프라를 구축했고, 네트워크 품질에서도 앞서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더 이상 차별화의 원천이 아니다. 요금은 규제되고, 가입자 성장은 정체됐으며, 설비투자는 상수다. ‘망 중심 사고’로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

KT가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26에 참가해 대한민국의 AI·인프라 혁신 기술을 알린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MWC26 KT부스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KT가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26에 참가해 대한민국의 AI·인프라 혁신 기술을 알린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MWC26 KT부스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해외 사례는 이미 방향을 제시한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는 통신 사업자를 넘어 데이터·클라우드·사이버보안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독일의 도이치텔레콤는 T-시스템즈를 통해 기업용 클라우드와 디지털 전환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일본의 NTT는 IOWN(혁신적 광·무선 네트워크) 구상을 앞세워 차세대 인프라 표준을 선도하려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네트워크 제공자’라는 틀을 벗어나 플랫폼과 인프라 설계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AT&T와 버라이즌 역시 5G 특화망과 엣지 컴퓨팅을 결합해 제조·물류·헬스케어 등 산업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통신망은 산업 데이터의 고속도로가 되었고, 수익은 데이터 분석과 플랫폼에서 창출된다.

 

한국 통신 3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AI를 ‘서비스 기능’으로 도입하는 것과 AI를 ‘수출 가능한 인프라’로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첫째, AI 인프라 패키지의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 GPU 최적화, 자율 네트워크 관리, 보안 체계를 묶어 하나의 국가 단위 패키지로 재구성해야 한다. 중동·동남아·남미 등 신흥국은 AI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통신사는 네트워크와 AI 운영 기술을 동시에 제공하는 ‘디지털 인프라 사업자’로 변신해야 한다.
 

둘째, 기업용 AI 운영체제를 글로벌 SaaS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통신사가 보유한 강점은 네트워크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다. 이를 산업별 AI 운영체제로 고도화하면 제조·금융·물류 기업의 업무를 통합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수익 구조는 트래픽 중심에서 구독 기반으로 이동한다. 글로벌 확장의 열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신뢰와 보안을 전략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유럽은 데이터 주권을 앞세워 통신과 클라우드를 결합하고 있다. 양자내성암호와 제로트러스트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연산 능력이 아니라 신뢰 설계 능력에서 나온다. 이 영역에서 국제 표준을 선도하지 못하면, 우리는 기술을 소비하는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넷째, 6G 표준 경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6G는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다. 통신과 위성, 감지 기술을 통합하는 초연결 인프라다. 표준은 특허가 되고, 특허는 로열티가 된다. NTT가 IOWN을 통해, 유럽 통신사들이 6G 얼라이언스를 통해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준을 만드는 국가만이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다.
 

그래픽노트북LM
[그래픽=노트북LM]

결국 문제는 정체성이다. 우리는 여전히 통신사인가, 아니면 AI 인프라 기업인가.
 

한국 통신 3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험이 산업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자산은 곧 비용이 된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질서다. 연결의 시대가 인프라를 확장했다면, 지능의 시대는 권력을 재편한다.
 

MWC는 기술 박람회가 아니다. 세계 통신 질서의 방향을 비추는 거울이다. 바르셀로나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네트워크만으로는 부족하다. AI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통신 3사가 ‘망 사업자’라는 울타리를 넘어설 때, 비로소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을 얻을 것이다.

AI 시대의 통신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설계의 문제다. 그리고 설계는 곧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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