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주도 성장이 작동하지 않는 시대다. 시장은 블록화되고 기술과 자본은 빠르게 이동하고, 보호무역과 경제안보 논리는 국제질서의 새 문법이 다. 이때 한국이 구축할 것은 생산·소비·투자·인력 이동이 선순환하는 글로벌 생태계다. 그래서 한상경제권이 부상한다. 한상경제권 구축은 단순히 재외동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국익에 기여하는 동포 역량을 극대화해 동포사회와 한국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의 외연을 확장하는 실행 전략이다.
올 초 국회에서 열린 '한상경제권 활성화 전략 특별 포럼'에서는 한상경제권을 통해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하고 연차별 실행 계획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정부는 한상 네트워크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도록 온라인 플랫폼(한상넷) 기반의 자문·매칭 체계를 강화해 왔다. 또한 '국내 청년의 동포기업 인턴십' 등을 통해 해외 동포기업과 국내 인재 간 매칭을 기획했다. 한상경제권은 시장 진입(수출·유통)–협력(매칭)–인력 이동까지 묶는 선순환 고리로 진화 중이다.
한상이 가진 카드는 무엇인가? 첫째, 동포 네트워크 자본이다. 해외에서 높은 장벽은 관세율이 아니라 신뢰의 벽이다. 동포 경제인들이 오랫동안 쌓아 온 거래 이력, 지역사회 평판, 행정 경험은 국내 기업에 첫 번째 안전망이다. 둘째, 플랫폼·물류 인프라 카드다. 해외 진출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경로의 문제다. 좋은 상품도 물류와 통관, 결제, 고객 관리가 연결되지 않으면 시장에 도달할 수 없다. 한상경제권이 효과를 내려면 이 인프라와 동포 네트워크가 결합해야 한다. 셋째, 정책 공조 카드다. 해외에서 기업이 두려워하는 것은 규제보다 예측 불가능성이다. 통관 기준, 원산지 표시, 개인정보 규제처럼 국가 간 충돌이 있는 곳에서 정부와 동포 네트워크가 중개자가 될 때 비로소 거래는 성사된다. 한상경제권이 국가 전략 자산인 이유다.
세 카드가 입체적 구조를 이룰 때 한상경제권은 작동하는 경제가 된다. 쿠팡은 최근의 사태에 대해 규제와 처벌 대상인 것은 맞다. 하지만 쿠팡을 단순한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최근 미국과의 외교적인 측면, 특히 경제외교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지 않을까? 쿠팡은 2021년 뉴욕 증시 상장으로 약 45억 달러를 조달했고, 2023년까지 국내에 100여 개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약 6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 인프라는 국내 기업의 해외 판로 진출 논의에서 현실적인 통로로 작용한다.
또 김범석 의장은 미국 시민권자지만 한국에 뿌리를 두고 한국 실물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만든 연결자라는 점에서 기능적 한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케빈 워시가 차기 미국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것도 의미가 크다. 그는 2019년부터 쿠팡에 참여해 거버넌스 관련 위원회 의장을 맡아 왔다. 미국의 압박 국면에서 관계와 경험, 정보의 자본은 완충 장치로 작용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쿠팡의 과오를 덮는 면죄부는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 경쟁은 경제의 기본이며, 법적 책임 추궁은 당연하다. 다만 처벌과 전략은 분리해야 한다. 책임을 묻되 한국의 국익을 확장할 수 있는 연결 자산은 냉정하게 활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입할 때 플랫폼과 물류망을 활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경쟁력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선택의 문제다.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파도 속에서 한국이 활용 가능한 카드는 많지 않다. 기술 동맹, 통상 협상, 안보 협력과 같은 수단만으로는 지탱하기 어렵다. 이때 동포 네트워크, 글로벌 투자 경험을 가진 한상이 만들어 내는 연결의 자본은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감정적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중 전략이다. 법적 책임은 엄정하게 묻되 경제외교 관점에서는 활용 가능 자산을 끌어올리는 접근이다. 한상경제권이 지향하는 상생과 균형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한상경제권은 국익을 확장하는 전략이고 배척이 아니라 활용,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 해결의 방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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