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부인인 잔자 룰라 다 시우바 여사의 방한 일정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 서울의 한 식탁에서 백종원 대표와 만난 자리, 그리고 그곳에 전해진 한 병의 전통주였다. 그 술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진의 친필 사인이 담겨 있었다.
진은 해당 전통주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만든 술에 사인을 해 선물로 전달해 달라고 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었다. 세계적인 아이돌이 한국의 전통주를 대표해 외국 정상의 가족에게 건넨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이었다. 음악으로 시작된 영향력이 전통 음식과 술, 나아가 문화 외교의 장면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 소식과 함께 또 하나의 기록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같은 그룹의 멤버 지민의 솔로곡 Like Crazy가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올랐던 순간이다. 빌보드 ‘핫100’은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트로 꼽힌다. 특히 영어가 아닌 노래가 1위를 차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지민은 한국어 가사로 그 정상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인기의 문제가 아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이 통했다는 의미다. 노래를 듣는 세계의 청취자들이 가사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멜로디와 분위기, 그리고 지민의 표현력 속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음악은 번역을 거치지 않아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다.
지민은 그룹 활동으로도 이미 1위를 경험했다. Life Goes On과 My Universe가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솔로 아티스트로서 1위를 기록한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룹과 솔로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 아티스트는 지민이 유일하다. 이는 개인의 성취이면서 동시에 한국 대중음악이 도달한 새로운 위치를 상징한다.
진의 사인이 담긴 전통주와 지민의 빌보드 1위. 하나는 전통과 음식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음악 시장의 기록이다. 그러나 이 두 장면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한국 문화가 더 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릴 때 긴 해설이 따라붙었다. 전통의 역사적 의미, 문화적 배경, 사회적 맥락을 덧붙여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BTS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으며, 전통주를 선물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이 전달된다. 이해시키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경험 속에서 공감이 형성된다.
특히 BTS 멤버들의 행보는 ‘문화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진은 전통주라는 매개를 통해 한국의 맛과 이야기를 세계와 공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홍보를 넘어, 전통을 현재의 언어로 풀어내는 시도다. 지민은 한국어 노래로 세계 무대에 서며, 감정의 보편성을 증명했다. 두 사람의 활동은 음악과 음식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통해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문화는 숨기지 않아도 통한다는 사실이다.
문화의 힘은 강요에서 나오지 않는다. 설명을 덧붙일수록 오히려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자연스러운 접촉과 경험은 오래 남는다. 진의 사인 한 줄은 브라질이라는 먼 나라에 한국의 이미지를 남겼고, 지민의 한 곡은 세계 청취자들의 플레이리스트에 한국어를 올려놓았다. 이는 정치적 선언보다 더 강력한 방식의 소통이다.
또한 이 흐름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BTS는 오랜 시간 한국어로 노래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 왔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정체성을 희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적인 감성을 당당히 내세웠다. 그 일관성이 신뢰를 만들었고, 신뢰가 쌓이자 세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지금 한국 문화는 새로운 단계에 서 있다. 음악은 외교의 다리가 되고, 전통주는 국제적 선물이 되며, 한국어 노래는 세계 차트의 정상에 오른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다. 한국 문화가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힘. 진의 사인과 지민의 1위는 그 상징이다. 문화는 구호가 아니라 경험이며,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다. 그리고 공감은 국경을 넘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문화는 또 다른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출발점에는 음악이 있고, 그 옆에는 전통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방탄소년단이 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문화.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한국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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