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원 칼럼]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개정안 톱아보기

권기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장
[권기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입법지원실장]
  
지난 달 22일 수년에 걸친 논란 끝에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약칭: 인공지능기본법)이 사실상 세계 최초로 시행되었다. 이 법은 인공지능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강조되는 대목은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다. 따라서 고영향 AI나 생성형 AI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이용자에게 AI 사용 사실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인공지능 기본법」은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세부 기준을 하위 법령과 가이드라인에 위임하고 있다.

최근 AI 연구개발 과정에서 가명정보 활용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AI 기술의 특성과 현행 가명정보 제도의 적용 방식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발생하는 등 기업들이 가명정보 제도를 활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기업들이 가명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운영지침을 정비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12월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개정안(주요내용)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명처리 관련 서류 통폐합·간소화

첫째, 가명처리 단계별 관련 서류의 일부 폐지다. ‘내부관리계획’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에 따라서 이미 수립되어 있을 것이므로, 별도 작성 없이 가명정보 관련 사항만 일부 추가하여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 제공 계약서 역시 폐지하여 기관 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둘째, 가명처리 단계별 관련 서류의 통합·간소화다. 서류 간 중복되는 항목을 검토하여 가명정보 활용 계획서, 위험성 검토서, 가명처리 계획서, 가명처리결과서, 적정성 검토 결과서, 적정성 평가위원 서약서와 가명(추가)정보 관리대장으로 통합 정비하고, 가명정보 이용·제공 신청서, 비정형데이터 추가검수 결과서, 안전조치 이행확약서 등 필요한 서류는 유지하되 작성 내용은 쉽고 간결하게 간소화하고 있다.

셋째, 작성주체를 명시하는 것이다. 각 서류 양식별로 누가 작성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혼란이 없도록 작성주체(제공기관, 이용자, 검토자)를 명확히 안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i) 가명정보 이용·제공 신청서, 가명정보 활용 계획서, 안전조치 이행 확약서와 가명(추가)정보 관리대장은 가명정보 이용자가, (ii) 위험성 검토서, 가명처리 계획서, 가명처리 결과서, 비정형데이터 추가검수 결과서와 가명(추가)정보 관리대장은 가명정보 제공기관이, (iii) 적정성 검토 결과서와 적정성 평가위원 서약서는 적정성 검토자가, 각각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표준화된 위험도 판단기준 마련

첫째, 기본 위험도 판단이다. 가명정보 활용주체와 처리환경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기본 위험도를 제시하고 있다. (i) 저위험: 동일인 정보처리자가 직접 활용하는 경우, (ii) 중위험: 가명정보 제공기관이 가명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고 제공기관이 해당 제3자를 통제할 수 있는 경우, (iii) 고위험: 가명정보 제공기관이 가명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고 제공기관이 해당 제3자를 통제할 수 없는 경우로, 구분하고 있다.

둘째, 위험도 조정이다. 기본 위험도 판단 후 데이터 자체의 위험도, 가명정보 처리 맥락·상황, 기관 자체 지침 등 요소를 고려하여 개별 사례마다 최종 위험도를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위험도 기반 가명처리 절차·서류 차등화

첫째, 다음과 같이 위험도에 기반한 절차·서류를 적용하여 가명정보 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완화하는 것이다.
(i) 저위험: 내부 담당자가 적정성 검토, 가명정보 활용 계획서, 위험성 검토서, 가명(추가)정보 관리대장 등 필요 최소한 서류만 작성 가능, (ii) 중위험: 최소 2인 이상 인원을 포함한 내부심의로 적정성을 검토하고, 대부분의 서류를 작성·보관하여야 하지만, 적정성 평가위원 서약서 및 안전조치 이행확약서 생략 가능, (iii) 고위험: 데이터 심의위원회(외부 전문가 포함 권고)를 개최하여 적정성을 검토하고, 모든 서류를 작성·보관하여야 하나 비정형데이터 미포함시 비정형데이터 추가검수 결과서 생략 가능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AI 기술특성과 조화를 위한 운영지침 개선

첫째, 가명정보 처리 사전목적 설정기준의 정비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목적 명확화’, ‘최소 수집’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나 AI의 연구개발 및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목적을 위한 최대한 많은 데이터의 수집·학습이 필요하므로, 최초 가명정보 처리 목적 설정 시 단일 목적 외에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는 확장 가능한 목적의 범위를 사전에 설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다만, 확장 가능한 목적은 최초 목적과 직접 연관된 추가 분석 목적 또는 동일 연구 과정에서 파생되는 유사 목적의 응용연구로 한정하고 있다.

둘째, 가명정보 처리기간 설정기준의 보완이다.
AI 모델 개발·고도화 목적의 경우 가명정보 처리·보관 기간을 ‘AI 서비스 개발·운영 종료 시’까지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최초 설정 기한이 도래하더라도 처리자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처리·보관 기간을 손쉽게 갱신·연장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즉, 가명처리·적정성 검토 관련 별도 서류의 작성 없이 담당자가 연장 사유와 변경 요소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처리·보관 기간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특이정보 삭제 관행의 개선과 안전한 활용 기준의 확립이다. 특이정보(데이터의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난 값이나 예외적인 데이터로, 희귀성씨, 희귀직업, 희귀병명 등 고유(희소)값, 편중된 분포를 가지는 정보)가 필수 삭제 대상은 아님을 분명히 하여 획일적 삭제 관행을 완화하고, 특이정보의 안전한 활용조건으로 다른 식별 가능 항목의 가명처리 수준을 강화하여 데이터셋(Data Set) 전체의 재식별 위험을 낮추는 데이터 안전조치와 기관 내부 분석공간·폐쇄형 연구망·SW반입 제한구역·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높은 수준의 처리환경ㆍ안전성을 갖췄음을 검증하여 정한 공간)에서의 이용 등 환경적 안전조치를 제시하고 있다.

넷째, 비정형데이터에 대한 위험도 기반 가명처리 절차·서류를 차등화하는 것이다. 비정형데이터에 대하여 항상 전수 검수 방식을 채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에서, 위험도를 기반으로 하여 전수 검수, 부분 검수, 표본 검수 등 다양한 검수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수방법 및 사유, 잔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 사항, 적정성 검토 결과 등을 기록·보관하여 실무자의 정당성 확보 및 면책 근거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업자 등 이용자의 대응

최근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기업들이 AI 연구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가명정보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 방향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가명처리 및 가명정보 처리 실무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지적되어 온 과도한 서류 작성과 형식적 절차, 위험도 판단 기준의 모호성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됨에 따라 기업들이 가명처리 및 가명정보를 활용함에 있어 부담하고 있던 현실적 제약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이 확정되면 가명정보 처리 관련 절차가 합리적으로 정비됨으로써, 기업들은 예측가능한 기준 하에 가명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시행된 인공지능법과의 관계를 보면,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AI 시대 데이터 활용을 법적ㆍ제도적으로 정당화하는 기능을 하는 반면, 「인공지능 기본법」은 AI의 활용을 촉진하면서도 그 사회적 위험을 통제하는 장치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개인정보 이용자는 양 제도를 대립이 아니라 보완 관계로 이해하여, 가명정보 처리의 적법성 검토, 재식별 위험의 평가, AI의 위험성 등급분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권기원 필진 주요이력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前​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객원연구원 ▲ 前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 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前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아주경제 로앤피 고문(아주경제 객원기자)  ▲법무법인 대륙아주(유한) 입법지원실장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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