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중동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했다. 강대국의 이해가 충돌하는 곳에서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는 다시 확인하고 있다.
이 전쟁들이 보여준 또 하나의 교훈이 있다. 전쟁의 승패는 결국 기술이 좌우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값싼 드론이 전차와 포병의 위력을 무력화했다. 중동 분쟁에서는 정밀 타격 무기와 전자전이 전황을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화력뿐 아니라 전자전, 인공지능, 에너지 무기 같은 새로운 기술이 전장의 흐름을 결정짓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할 사실이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약 20년 전부터 고출력 마이크로파(HPM·High Power Microwave) 기술을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출력 향상과 소형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 연구 성과를 토대로 전자기파 대공무기와 전자기 펄스 공격 무인기 등 새로운 무기체계 전력화를 검토하고 있다.
전자기파로 적의 전자장비와 인원을 동시에 무력화하는 이 기술은 미래 전쟁의 핵심 무기로 꼽힌다. 총이나 미사일이 아니라 에너지와 전자기파가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생포 작전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디스컴버뷸레이터(discombobulator)’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 장비가 적의 전자장비를 완전히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중국산 로켓 발사 체계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장비가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능동거부체계(ADS), 내뇌 음성전송 기술(V2K) 등이 결합된 전자기 무기체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강력한 전자기파는 전자장비 내부에 과전압을 발생시켜 반도체를 파괴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사람에게는 극심한 통증이나 평형 감각 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
총알이나 폭탄 없이도 사람과 장비를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은 전쟁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전쟁의 목표가 ‘파괴’였다면, 전자기 무기의 목표는 ‘무력화(無力化)’다. 목표물을 폭격해 제거하는 대신 전자장비를 마비시키고 인원을 행동 불능 상태로 만들면 전투는 사실상 끝난다. 물리적 파괴 없이도 전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러한 무기는 참수작전(decapitation strike)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적 지휘부를 제거하는 특수작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경호 체계와 방공망이다. 그러나 전자기파로 레이더와 통신 장비를 마비시키고 경호 인력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면 특수부대는 최소한의 충돌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드론 전쟁 대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됐듯 저가 드론은 현대 전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수백만 원짜리 드론이 수십억 원짜리 전차를 파괴하는 장면이 현실이 됐다. 이런 드론을 모두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전자기파 무기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사하면 드론 내부 전자회로가 순간적으로 마비되거나 소손된다. 한 번의 발사로 여러 대의 드론을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방공 체계에서 전자기 무기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이 약 20년 전부터 관련 기술 연구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 방위 산업은 지난 10여 년 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궁 미사일 등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폴란드와 중동, 동남아시아로 이어지는 대규모 수출 계약은 한국 방산이 더 이상 주변 산업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장은 대부분 전통적인 무기 플랫폼 중심이었다.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와 미사일 같은 하드웨어 체계가 중심이었다.
미래 전쟁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쟁의 중심이 플랫폼에서 에너지와 전자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레이저 무기, 전자기 무기, 인공지능 기반 전자전 체계가 새로운 전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기 무기 분야는 특히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고출력 전자기파를 안정적으로 발생시키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전력전자 기술과 고주파 반도체, 정밀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와 전자 산업 기술과 맞닿아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전쟁의 비용 구조다.
현대 무기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전투기 한 대는 수천억 원, 미사일 한 발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 반면 전자기 무기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미사일처럼 한 번 발사하면 끝나는 무기가 아니라 전력이 공급되는 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무기다.
이는 방위 산업의 경제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 군사 강국들이 레이저와 전자기 무기 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이미 에너지 무기 개발을 국가 전략 수준에서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자기 무기와 같은 신개념 무기체계는 아직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다. 기술 격차가 완전히 고착화되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미래 전쟁 기술의 선두 그룹에 진입할 기회일 수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듯, 전쟁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의 승패는 결국 누가 더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총과 미사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가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다.
국방과학연구소의 20년 연구가 어떤 결실을 맺느냐에 따라
K-방산의 다음 20년이 결정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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