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트럼프 발언에 널뛰는 유가와 세계 금융 시장

중동 전쟁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더 크게 요동치게 하는 것은 전쟁 그 자체 뿐 아니라 그 전쟁을 둘러싼 메시지의 혼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하나 하나에 국제 유가와 증시가 급등락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 국제 유가는 극단적인 롤러코스터를 탔다. 브렌트유는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80달러대로 밀려났다. 하루 동안 가격 변동 폭이 30%에 육박했다. 전쟁 초기 충격을 제외하면 최근 수년간 보기 어려웠던 급격한 변동이다.

세계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증시는 하루 만에 냉탕과 열탕을 오갔다. 전날 급락했던 코스피는 다시 5% 넘게 급등했고 코스닥도 4% 가까이 뛰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90원대에서 1,470원대로 급변했다.

이런 급격한 변동은 경제 펀더멘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세계 원유 수요가 갑자기 줄어든 것도, 공급이 단숨에 회복된 것도 아니다. 단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발언과 “군사 작전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발언이 같은 날 이어지면서 시장이 방향을 잃고 출렁였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매우 완성 단계에 있다”고 말하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 이란이 원유 수송을 방해할 경우 “회복 불가능할 만큼 강력한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종전 가능성과 군사 확대 가능성이 동시에 언급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냉정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전쟁의 구조 자체도 장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에서는 강경파로 평가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전에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종교지도자들이 그를 선택한 것은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 지도부 교체를 사실상 인정하고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상황을 단순한 지역 분쟁 이상으로 만들고 있다. 주요 강대국들이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는 구조에서는 전쟁이 단기간에 정리되기 어렵다.

여기에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 하루 1,4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주요 7개국(G7)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불안을 반영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보유한 비축유는 약 18억 배럴 규모로, 이론적으로는 중동 공급 차질을 약 4개월 정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비축유는 어디까지나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일 뿐,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지금 세계 시장이 겪는 문제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신뢰의 공백’이다. 지도자의 발언이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시장 변동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도 기업도 기준점을 찾기 어렵다.

시장에는 언제나 닻(anchor)이 필요하다. 정책의 일관성, 신중한 외교, 그리고 국제 협력을 통한 위기 관리가 그 역할을 한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주요국이 전략비축유 제도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였다. 지금 필요한 것도 같은 원칙이다. 전쟁을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 방향, 그리고 국제 공조에 기반한 안정 전략이다. 

세계 경제는 이미 높은 금리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버티고 있다. 여기에 지도자의 발언이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시장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강한 말이 아니라 차분한 리더십이다. 시장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단한 기준점, 바로 그 ‘닻’을 다시 내려야 할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소재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 작전을 통해 거둔 성과들을 나열하면서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소재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 작전을 통해 거둔 성과들을 나열하면서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