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병원들이 인공지능(AI)을 적극 도입하며 진료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자체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개발부터 데이터 기반 정밀 진단, 수술 보조까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스마트 병원' 전환에 속도가 붙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초 '한국형 의료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해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특화된 의료 정보를 처리하고 진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해당 모델은 서울대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디지털병리시스템, 유전체 데이터 등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하는 국내 의료진의 요구를 충족하고, 전문의 수준의 의학 지식과 약어·줄임말 등 언어적 특성을 이해하는 LLM 개발로 한국 의료 시스템에 특화된 진료 효율성과 환자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병원 측은 "해당 모델은 한국의사국가고시 최근 3개년 데이터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86.2%의 정확도를 기록하며 오픈소스 모델 중 최초 실제 의사 평균 정확도(79.7%)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며 "이는 한국형 의료 LLM이 의료 분야에서 실용적이고 실현 가능한 기술임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응급의학과 김중희 교수·순환기내과 조영진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폰으로 심전도 이미지를 분석해 부정맥, 응급상황, 심장 기능 이상 등을 평가해주는 의료 AI 애플리케이션(앱) 'ECG Buddy'를 자체 개발했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서 1분이면 가능한 심전도 검사 결과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응급처치를 보다 빠르게 할 수 있게 돕는 AI 솔루션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획득했다.
아울러 서울대병원은 작년 1월 '헬스케어AI 연구원'을 개원하며 AI 기술을 의료에 접목하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환자 치료의 질 향상과 의료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AI혁신지원실'을 신설하는 등 스마트 병원으로의 도약에 적극적이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AI·빅데이터 분야에서 34건의 기술이전과 77건의 특허 출원을 기록했다.
복잡한 병변을 데이터로 환산해 AI로 진단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모델도 주목된다. 영상의학과 양동현·구현정, 융합의학과 이준구 교수팀의 '대동맥 정량분석 AI 모델'은 흉부 CT 영상을 기반으로 대동맥을 3차원으로 자동 분할하고, 각 구간의 직경, 면적, 용적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다. 최신 해부학적 기준(SVS/STS 분류)을 적용해 대동맥 구간을 세분화하고, 부위별 정상 참고치를 제공함으로써 환자별 맞춤형 비교 분석이 가능하다. 해당 기술은 2024년 6월 보건복지부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돼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김성훈 교수팀이 개발한 '심정지 후 신경학적 예후 예측 진단 보조 기술'은 심정지 후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실시간 뇌파(EEG)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뇌 기능의 회복 가능성을 정량적인 수치로 산출하는 진단 보조 기술이다. 전문의의 상시 판독이 어려운 야간이나 응급 상황에서도 AI가 환자의 뇌파 패턴 변화를 24시간 추적 감시함으로써 예후 판정의 객관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AI 기반 첨단지능형 병원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 현장에 적용 가능한 AI 모델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우근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피지컬 AI를 통해 분석된 생체 기반 건강 신호를 LLM과 결합해 스마트 기기에서의 대화만으로 뇌혈관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폐암 환자 종양미세환경 공간을 분석해 초고가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AI로 예측하는 모델도 선보였다.
수술실에서 AI 활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이식외과 유진수 교수는 복강경 간 이식 수술에 이어 로봇 유방암 수술까지 AI가 수술 중 실시간으로 안전한 절제 경로를 안내하는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최근 AI 기술 개발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스마트 병원 고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AI 활용 범위가 점차 더 다양하고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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