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올해 정기주총 화두는 '3%룰·집중투표제'…시장엔 어떤 변화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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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3%룰’과 ‘집중투표제’입니다. 개정 상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첫 해이기 때문인데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배당이나 이사 선임 결과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번 주총 공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과 주주행동의 방향이 함께 보이기 때문입니다.

1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셋째주(16~22일)에는 211개사(유가증권시장 102개사, 코스닥시장 107개사, 코넥스시장 2개사)의 12월 결산 상장법인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3월 첫째 주에는 1개사, 둘째 주에는 9개사만 주총을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늘어난 숫자입니다. 이른바 ‘주총 슈퍼위크’가 시작된 셈입니다. 

올해 주총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2025년 공포된 개정 상법의 실질적 적용 여부가 처음 시험대에 오르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22일 개정 상법 시행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됐습니다. 이사는 이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고려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갖게 됐습니다. 이 조항은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견제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자본시장 개혁의 핵심 조치로 평가됩니다.

개정 상법은 이사회 구조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23일부터는 사외이사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고 독립이사 비율도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됩니다. 또 감사위원 선임과 해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 적용 범위도 확대됩니다. 오는 9월 10일 부터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규정도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올해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 안건이 유독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정 상법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기업들이 미리 지배구조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관 변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수 기업들이 이사 임기를 조정해 같은 시점에 선임되는 이사 수를 줄이거나 이사회 정원 자체를 줄이는 등 이사회 구성 변경을 통해 의결권을 방어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효성그룹 계열사는 이사 정원 상한을 기존 16명에서 7~9명 수준으로 줄이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화 계열사들은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GS는 이사 수 상한을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내'로 변경하는 방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기업들이 이렇게 정관을 손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중투표제와 3%룰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이사회 구성에 미치는 주주행동의 영향력이 강화될 가능성 때문입니다. 3%룰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지분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감사 선임에서는 3%까지만 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제도가 주총 결과를 바꾼 사례도 있습니다. 2023년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가 감사로 선임됐습니다. 당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53%가 넘었지만 3%룰 때문에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결과가 뒤집힌 것입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제도는 집중투표제입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 예정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5명의 이사를 뽑는다면 1주당 5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주주는 이 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실제로 활용한 대표 사례가 JB금융지주 주주총회입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2024년 JB금융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김기석 후보와 이희승 후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주주제안을 통해 금융지주 이사회에 이사가 선임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시장에서는 개정 상법으로 인한 환경 변화와 주주행동 강화를 기반으로 주가 수혜를 입는 기업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한 기업들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주주행동이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미리 반응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 속에서 주총 공시를 조금 더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지배구조 논쟁 있는 기업,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요구가 많았던 기업들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반대로 정관 변경 과정에서 개정 상법의 취지를 담아내지 못하는 기업들도 가려낼 필요가 있겠지요.

서스틴베스트는 올해 1월 발표한 '2026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프리뷰'에서 "최근 수년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 및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주주제안이 증가해 왔으며 2026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은 주주권 행사 강화 흐름이 한층 가시화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대기업 및 지배구조 이슈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활동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이런 활동들이 중장기 관점에서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구조적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이번 주총은 한국 자본시장 변화의 실험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총 공시는 종종 딱딱하고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기업 지배 구조와 주주들이 가진 힘의 균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올해 주총 공시가 특히 재미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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