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시즌이 되면 매년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대 보수를 받은 이른바 ‘연봉킹’이 등장하며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기업의 한 해 경영 성적표가 담긴 사업보고서에서 경영진 보수가 공개되면서 재계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연봉 순위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사업보고서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재계 총수들의 보수 규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재계 총수 가운데 퇴직금을 제외한 최고 연봉자는 약 248억원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한화에서 각각 50억4000만원씩을 받았고 한화비전에서 46억8000만원을 수령했습니다. 한화비전에서 보수를 받기 시작하면서 연봉 총액은 전년 140억원 대비 크게 늘었습니다.
퇴직금을 포함한 기준으로는 총 466억원가량을 수령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류 회장은 지난해 풍산홀딩스와 풍산에서 총 466억4500만원을 수령했는데 이 가운데 풍산홀딩스 퇴직소득 350억3500만원이 포함됐습니다. 그는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풍산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퇴직금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역대급 상승세를 보이면서 증권사 내부에서는 대표이사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임직원 사례도 잇따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증권에서는 김동현 상무대우가 21억7600만원을 받아 강성묵 대표이사(6억5900만원)보다 높은 보수를 기록했습니다. NH투자증권에서도 신동섭 상무가 20억800만원을 받아 윤병운 대표이사(19억3000만원)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유안타증권의 이종석 리테일전담이사는 74억3200만원을 받아 뤄즈펑 대표이사 보수의 약 7.5배에 달했습니다. 다올투자증권에서도 박신욱 수석매니저가 39억1900만원을 기록하는 등 고액 성과급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사업보고서 시즌마다 연봉킹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임원 보수 공시 제도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장사가 사업보고서에 임원 전체 보수 총액만 공개하면 됐기 때문에 개별 경영진의 연봉을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13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연간 보수 총액이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제도 도입 당시 투자자 알권리 강화 요구와 기업의 인사 정보 공개 부담이 충돌했습니다. 결국 ‘모든 임원 보수를 공개하기보다 고액 보수만 공개하자’는 절충안이 마련되면서 5억원 기준(등기임원)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약 600명 안팎의 상장사 등기 임원이 공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고 이듬해 실제로는 660명이 공개됐습니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예상치 못한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보수 공개를 피하기 위해 임원 연봉을 5억원 이하로 조정하는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임원 보수 공시는 기업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재벌 총수들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미등기 회장’ 형태로 보수를 받는 사례가 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2016년 국회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공개 대상 확대 논의가 본격화됐고 결국 2018년부터는 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 상위 5명의 임직원 보수를 공개하도록 제도가 확대됐죠.
임원 보수 공시는 단순히 경영진의 연봉 규모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공시된 보수 내역을 통해 경영진의 보상이 기업 실적과 어떤 방식으로 연동돼 있는지, 성과급 비중이나 보상 구조가 합리적으로 설계돼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보수 체계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와 책임경영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실적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챙기는 회사라면 투자를 하지 않는 식이죠.
또한 상장사의 임원 보수 총액 한도는 매년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거쳐 정해지는 만큼, 공시 제도는 경영진 보상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보수 수준이 기업 성과나 주주가치와 동떨어져 있을 경우 시장의 비판이나 주주들의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어 경영진 보상 체계에 대한 견제 장치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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