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공장 짓던 베트남에 원전과 신도시 건설… 진화하는 한·베 경제 동맹

  • 누적 투자 1위 수성 속 단순 제조 하청 벗어나 친환경·스마트시티로 진화

지난 1월 팜득언 다낭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한국 삼성홈이엔씨 경영진에게 기념품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다낭시 기관지 발췌
지난 1월 팜득안 다낭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한국 삼성홈이앤씨 경영진에게 기념품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다낭시 기관지]

베트남이 한국 기업들의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첨단 기술과 미래 에너지 산업을 함께 개척하는 전략적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은 누적 투자액만 128조 원을 돌파하며 수년째 베트남 내 최대 투자국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최근에는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과 신재생 에너지, 대규모 인프라 구축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투자의 판이 완전히 바뀌는 모습이다.

VN이코노미 등 베트남 매체들에 따르면 베트남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청(FIA)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올해 2월 말 기준 한국의 대(對)베트남 누적 투자액이 952억3000만 달러(약 128조 원)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유효 프로젝트 수는 총 1만425건에 달했고, 올해 1~2월 신규 등록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1.6% 급증한 19억7000만 달러(약 3조 원)를 기록해 독보적인 성장세를 증명했다.

베트남은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핵심 생산 및 연구개발(R&D) 기지로 자리 잡았다. 삼성, LG, 효성, SK, 현대차, 롯데 등 대기업들이 현지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했고 이 중 삼성은 누적 기준 2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베트남 내 최대 외국인 투자자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삼성의 베트남 내 4개 주요 계열사는 지난해 약 35억3000만 달러(약 5조30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대비 12%의 견조한 수익 성장을 이뤄내 현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투자 영역의 질적 변화도 뚜렷하다. 기존의 가공업 및 노동집약적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LNG(액화천연가스), 청정에너지, 탄소 저감 솔루션 등 친환경 미래 기술로도 자본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은 카인호아성 일대에 총 3000MW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과 더불어 LNG 냉열을 활용한 농수산물 물류 인프라 개발, 그린 수소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 등을 포함한 3대 신에너지 축 투자 구상을 제안하며 에너지 영토 확장에 나섰다. 이러한 흐름은 베트남 정부의 넷 제로(Net Zero·탄소 중립) 달성 의지와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양국 간 교역 규모 역시 2030년 1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현재 양국 무역액은 약 946억 달러 수준으로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서 공급망 안정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품목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전자부품과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밸류체인을 더욱 촘촘하게 연결해 나갈 방침이다.

고태연 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KOCHAM) 회장은 "베트남은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을 강화했다"며 "향후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혁신 중심의 산업 구조 전환이 투자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투자 환경의 지속적인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 확보, 행정 절차의 효율화, 그리고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고숙련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들도 정보 접근성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이상필 삼성홈 부사장은 "다낭 지역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스마트시티 및 산업단지 개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도시 계획과 인프라 데이터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 공유가 보다 원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 공장 설립을 넘어 도시 인프라 자체를 구축하는 고도화된 투자 모델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베트남과 한국은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안보 등 미래 산업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베트남 정부의 규제 완화와 투자 인센티브 정비 여부가 한국 기업들의 추가 투자 규모와 질적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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