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더 위험한 단계로 들어섰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 충돌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까지 참전에 나서면서 전선은 수평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은 협상을 말하면서도 제한적 지상작전 준비를 검토하고 있고,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수행 방식에 반대하는 시위가 번지고 있다. 전장은 넓어지고, 전쟁을 둘러싼 정치적 균열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쯤 되면 이번 사태를 단순히 “중동의 또 다른 무력 충돌”로 볼 수 없다. 지금의 위험은 세 갈래로 동시에 커지고 있다. 첫째는 군사적 확전 위험이고, 둘째는 해상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 마비 가능성이며, 셋째는 전쟁 당사국들 내부의 정치적 계산이 오히려 출구를 더 좁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 요소가 맞물리면서 전쟁은 끝내기 어려워지고 있다.
먼저 후티의 참전은 상징적 조치가 아니다. 후티는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걸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라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물류의 또 다른 목줄이다.
군사적으로도 상황은 더 불안하다. 미국은 아직 직접적인 대규모 지상전에 나섰다고 보기 어렵지만, 이미 병력 증강과 작전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르그섬 점령이나 해안 거점 기습 같은 제한적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이런 방식의 개입은 이름만 제한적일 뿐 실제로는 확전의 문턱을 낮춘다. 제한적 타격은 상대에게는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그러면 보복 수단은 더 과격해진다. 미사일, 드론, 기뢰, 대리세력을 동원한 비정규전이 결합되면 전선은 선형적으로 확대되지 않고 연쇄적으로 번진다.
“짧고 강한 작전”이라는 말이 현실에서 오래 지속되는 소모전으로 바뀐 사례는 역사에 이미 충분하다.
더구나 미국 내 정치 상황은 전쟁 확대를 뒷받침할 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지상군 투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대규모 시위에서는 전쟁과 고유가, 생활비 부담, 민주주의 훼손 우려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파적 반감이 아니다. 전쟁의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무엇을 위해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적 동의가 약한 전쟁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지도자가 군사적 성과보다 정치적 연출에 더 집착하게 만들 위험도 있다. 전쟁이 전략보다 메시지 관리의 수단으로 소비되기 시작하면 오판 가능성은 더 커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일수록 각 당사자가 전쟁을 멈추기보다, 오히려 “불리하지 않은 선”에서 버티려 한다는 데 있다. 이란은 아직 타격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음을 과시하려 하고, 이스라엘은 휴전 전에 상대의 장기적 군사 역량을 최대한 약화시키려 한다.
미국은 협상과 압박을 병행하며 유리한 종전 조건을 만들려 한다. 후티 같은 대리세력은 존재감을 키울 기회로 삼는다. 이렇게 되면 어느 쪽도 먼저 멈출 유인이 작아진다. 휴전은 모두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각자의 계산은 ‘조금만 더’에 머문다.
지금 중동이 위험한 이유는 단지 화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모든 행위자가 각기 다른 이유로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래서 해법은 막연한 “평화 촉구”가 아니라, 전쟁을 계속할 유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첫째, 미국과 이란의 직접 또는 고도화된 간접 협상을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리채널과 공개 위협이 뒤섞인 상태로는 신호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최소한 휴전 의제, 해협 안전 보장, 민간 인프라 보호, 포로 및 부상자 문제를 분리해 단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협상 틀부터 세워야 한다.
둘째, 전쟁의 주변부를 관리해야 한다. 후티의 공격과 홍해 항로 불안은 전쟁을 국제경제 위기로 번지게 만드는 고리다. 그렇다면 걸프 국가들, 유럽, 아시아의 이해당사국들은 단순히 사태를 관망할 것이 아니라 해상 안전과 민간 선박 보호를 중심으로 한 다자 압박과 외교에 나서야 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은 특정 국가의 이해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공공재에 가깝다. 이 문제를 중동 내 부의 군사문제로만 남겨두면 해법은 더 늦어진다.
셋째, 미국도 전략적 명확성을 회복해야 한다. 협상이 우선인지, 제한적 군사행동을 통한 압박이 우선인지, 최종 목표가 이란의 억지인지 체제 굴복인지가 불명확하면 동맹도 시장도 불안해진다. 외교와 군사 압박을 병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둘은 상호 보완적일 때만 전략이지, 상반된 메시지로 오락가락하면 단지 혼선일 뿐이다. 특히 지상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순간, 미국은 중동 전체를 상대로 새로운 장기 개입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넷째, 국제사회는 이번 전쟁을 ‘남의 일’로 보면 안 된다. 이미 에너지 가격, 해상 운임, 금융시장 변동성은 국경을 넘어 번지고 있다. 한국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는 더 직접적이다. 원유와 가스, 석유화학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 물가와 생산, 수출 경쟁력까지 연쇄적으로 압박받는다. 다시 말해 중동의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지지만, 그 비용은 세계 각국의 가계와 기업, 금융시장이 나눠 치르게 된다.
그렇다면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방관이 아니라 중재이고, 구호가 아니라 이해관계에 기초한 개입이어야 한다.
평화는 좋은 말이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전선이 다층적으로 얽히고, 해협과 항로가 흔들리며, 당사국 내부 정치까지 불안할 때는 평화 외에는 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필요하다.
중동의 전선은 이미 너무 복잡해졌다. 더 늦기 전에 세계 곳곳에서 출구를 만드는 노력이 동시에 시작돼야 한다. 전쟁을 멈출 의지가 당사국 안에서만 부족하다면, 이제는 국제사회가 전쟁 지속의 비용을 분명히 하고 평화의 유인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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