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질서 흔드는 이란 전쟁 ⑧] '36년 철권통치' 알리 하메네이가 떠난 이란은?

  • '1인 절대권력'에서 '집단 권력 체제'로 전환 기로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와 그의 차남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사진AFP연합뉴스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와 그의 차남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사진=AFP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하며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1989년 집권 후 이란을 36년간 철권 통치해온 최고지도자로서는 허무한 끝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처럼 이란의 후계 구도가 빠르게 정리된 듯 보이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쟁 과정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생사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으면서 권력 승계 자체가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사망했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이란 내부 권력 구도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공식 직책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권력 핵심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특히 보안·정보기관과 군부, 그리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림자 실세'로 불려왔다. 이러한 이력은 체제 내부 기반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대중적 정통성과 정치적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된다.

이 때문에 그의 통치가 본격화될 경우 기존과는 다른 권력 운영 방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성직자 집단과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집단 권력 구조'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고지도자 개인의 절대적 권위에 기반했던 기존 체제와 달리, 권력의 실질적 중심이 분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란의 권력 축은 이미 군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중동 전문 분석기관 미들이스트포럼은 전쟁 상황 속에서 IRGC가 군사뿐 아니라 정치·경제·정보 영역까지 장악하며 사실상의 통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고지도자 후계 구도가 불안정할수록 권력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건재할 경우에는 체제의 상징적 지도자로 기능하는 가운데, 실제 권력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이중 권력 체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의 신변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후계 구도 자체가 붕괴되며 권력 엘리트 간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이란 내부 정치의 불안정성을 한층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력 구조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대표적인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 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당분간 신정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민생시위와 민심을 고려하면서 최고 종교지도자의 절대권력을 선출된 대통령에게 대폭 이양하는 권력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체제 안정과 민심 수습을 위해 일정 수준의 권한 분산이 불가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외교 정책의 경우, 권력 구도의 변화에 상관없이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강경 보수 노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쟁과 제재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제한적인 실리 외교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불확실성과 권력 재편 과정이 길어질 경우 정책 일관성은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은 '강력한 1인 지배 체제'에서 '권력 엘리트 중심의 집단 통치 체제'로 이동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여기에 후계자의 생사조차 불확실한 상황은 이 같은 변화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향후 이란의 권력 구조 재편 방향에 따라 중동, 나아가 세계 정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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