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태양계 밖으로 심우주 탐사를 떠난 한 과학자의 여정을 그린다. 영화 말고 현실의 심우주 탐사는 어디까지 왔을까. 전문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달착륙선체계팀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과 국내 심우주 탐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출발이 끝이 아니라 시작"···심우주 탐사, 왜 어려운가
심우주 탐사는 지구에서 수십만 ㎞ 이상 떨어진 임무 궤도에 탐사선 자체 항행 능력으로 도달해야 한다. 발사체가 임무 궤도 근처까지 올려다 놓으면 이후 소규모 궤도 기동으로 위치를 맞추는 지구 저궤도 위성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전 팀장은 “발사체에서 분리되는 시점은 임무의 시작일 뿐”이라며 “이후 탐사선이 자체 항행 능력으로 수십만 ㎞ 이상 떨어진 목표 궤도나 행성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심우주에서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이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지상국 안테나와 통신하면서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궤도를 계산해 다시 탐사선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항행이 이뤄진다. 여기에 통신 지연, 태양과 행성의 중력 영향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전 팀장은 “수 초에서 수십 초에 이르는 통신 지연 속에서 정밀한 궤도 기동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매우 정확한 속도 변화를 만들어내는 추진 기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실의 심우주 탐사는 긴 시간, 복잡한 물리 법칙과의 싸움이다. 한국은 2022년 발사된 달 궤도선 ‘다누리’를 통해 이 영역에 본격 진입했다. 다누리는 약 4개월 반 동안 태양과 지구 중력을 활용하는 ‘탄도형 달 전이 궤적(BLT)’을 따라 비행한 뒤 달 궤도에 안착했다. 전 팀장은 “발사 이후 달 궤도 진입까지 궤도 기동과 자세 제어가 안정적으로 수행됐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달 궤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심우주 항행 기술을 확보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다누리’가 닦은 길···인프라 구축·부품 국산화 등은 남은 과제
그럼에도 한국의 심우주 역량은 아직 선도국 대비 격차가 존재한다. 하버드대 벨퍼센터 평가에서 한국의 심우주 역량은 14위권에 머물렀다. 전 팀장은 “심우주 역량은 발사체뿐 아니라 탐사선, 지상국 인프라까지 포함한 종합 능력”이라며 “이 세 요소 모두에서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누리호는 저궤도 중심 발사체로 향후 심우주 임무를 위해서는 성능 확장이 필요하다. 탐사선 기술은 다누리를 통해 상당 부분 확보했지만 지상국 인프라는 여주에 구축된 심우주 안테나 1기에만 의존하고 있어 다수 탐사선을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세제어 센서와 통신 장비, 방사선 환경에서 작동하는 전자부품 등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의 다음 이정표는 2032년 달 착륙이다. 현재 달 착륙선 본체 설계는 순항 중이다. 전 팀장은 “2025년 10월 시스템 요구사항 검토를 마쳤고 올해 1월부터는 추진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달 착륙에 있어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자율 착륙’이다. 지구와 실시간 소통이 어려운 심우주 특성상 착륙선이 스스로 지형을 판단해야 한다.
전 팀장은 “착륙선이 위치를 추정하고 안전한 지점을 판단하는 지형 상대 항법(TRN)과 장애물 탐지 및 회피(HDA) 기술 확보가 핵심”이라며 “착륙 시 전복을 방지하는 착륙 장치 설계 등 높은 난도의 과제들을 집중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심우주 탐사는 국가 위신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전 팀장은 “달 착륙 성공은 국내 우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산업체와 협력해 축적한 기술은 향후 화성이나 소행성 탐사로 확장될 수 있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그리는 우주는 빠르고 극적이지만 현실은 느리고 정교하다. 하지만 두 세계의 방향은 같다. 인류가 결국 더 먼 곳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영화 속 상상은 이미 현실의 기술 위에서 조금씩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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