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김정관 산자부, 중견기업 10곳 키운다…월드클래스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월드클래스 플러스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중견기업 10개 과제를 선정하고 지원에 나선다. 선정된 기업에는 최대 4년간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금융·수출·컨설팅·인력 등 연계 지원이 제공된다. 지원 한도는 수도권 기업 최대 40억원, 지방 기업은 최대 50억원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바이오, 미래모빌리티, 핵심소재, 첨단제조, 에너지신산업 등 전략 분야 기업들이 포함됐다.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중견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은 한국 산업 구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정책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중소기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글로벌 경쟁에서는 여전히 자원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산업 생태계의 균형도, 수출 기반의 확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월드클래스 프로젝트는 2011년 시작된 이후 다수의 중견기업을 지원해왔다. 기술개발 역량 강화와 일부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과 등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다만 정책의 실질적 성과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지원 기업 수나 선정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다.


‘월드클래스’라는 개념은 정부가 지정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지속적인 성과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단기간의 재정 지원만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다. 기술, 인재, 자본, 시장이 결합된 구조적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접근 역시 구조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우선, 연구개발 중심 지원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현재 사업은 R&D를 핵심으로 하되 다양한 연계 지원을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기술개발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시장 진입, 판로 개척, 현지 네트워크 구축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가 강화되지 않으면 기술은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둘째, 지원 방식의 지속성과 집중도가 중요하다. 매년 신규 과제를 선정하는 구조는 필요하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한 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체계도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분산형 지원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성과가 확인된 기업에 대해 후속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셋째, 민간 주도의 성장 구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초기 단계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기업의 지속 성장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공공연구기관과의 협력 사업 역시 기술 해결을 넘어 민간 투자와 사업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이 기업의 자생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넷째, 지방 기업 지원 확대는 긍정적인 변화지만, 단순한 지원 한도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방 기업은 자금뿐 아니라 인력 확보, 산업 네트워크, 시장 접근성에서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인재 유입 정책, 지역 산업 클러스터 강화, 글로벌 연결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정책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과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선정 기업 수가 아니라 성과 지표로 판단되어야 한다. 수출 증가율, 글로벌 시장 점유율, 기술 경쟁력 등 객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글로벌 산업 환경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공급망은 지정학적 변수에 영향을 받고, 기술 경쟁은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견기업은 단순한 보완적 존재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이다.


이번 정책은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월드클래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이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선언을 넘어 구조로, 단기 지원을 넘어 장기 전략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분명하다. 이번 사업이 또 하나의 지원 프로그램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중견기업을 실제로 만들어낼 것인지다. 그 답은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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