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고기 재난지원금의 추억

마트에 진열된 소고기 제품
마트에 진열된 소고기 제품.



코로나 시기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던 당시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소고기 지원금’이라고 비아냥댔다. 재난적 경제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었지만 실제로는 고소득층에게까지 돈이 지급되면서 '소고기' '명품 백' 같은 고가 소비가 급증했음을 에둘러 비판한 말이다.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민생지원금을 다시 지급하기로 하면서 불필요한 지원이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가 어렵고 서민이 힘드니 돈을 풀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지금이 코로나 시기와 같은 ‘응급 상황’인가 하는 점에서 의견이 갈린다.

코로나 시기의 재난지원금은 명분이 있었다. 경제 활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멈췄고, 자영업과 서비스업은 사실상 강제 셧다운 상태였다. 소득이 사라진 상황에서 현금 지원은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돈을 풀어 지원하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소 다르다. 물론 경기는 좋지 않다. 소비는 위축돼 있고,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경제가 멈춰선 것은 아니다. 생산도, 고용도, 수출도 부분적으로는 유지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물가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이는 곧바로 전반적인 생활물가 상승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을 통해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은 수요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민생지원금 규모가 과거와 같은 수준은 아니며 선별 지급이라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실제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보완하고 체감 경기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방향성과 축적 효과다. 이런 방식의 대응이 반복될수록 사회는 점점 더 ‘일회성 지원’에 익숙해진다.

현금 지원은 분명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짧다. 소비는 일시적으로 반등하겠지만 근본적인 소득 구조나 생산성에는 변화를 주지 못한다.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현금 지원이라는 같은 선택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책의 의존성을 키우는 경로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이 ‘지출의 확대’인지 아니면 ‘구조의 개선’인지다. 경기 회복의 핵심은 결국 소득을 만들어내는 능력, 즉 투자와 고용, 그리고 생산성이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의 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야 소비도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지원금은 이 과정을 대체할 수 없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부양책 하나가 아니라 방향에 대한 명확한 선택이다. 투자, 산업, 노동 등 보다 구조적인 영역에서 해법이 병행되지 않는 한 지원금은 잠깐의 숨 고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지원금의 효과와 한계를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폭넓게 풀린 지원금의 일부는 가장 빠르게 소비되는 영역으로 흘러갔고, 특정 품목의 수요를 끌어올렸다. 그 과정에서 가격은 따라 움직였다. ‘소고기 지원금’이라는 표현이 남은 이유다. 이번 정책 역시 같은 경로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지원이 정말 필요한 곳으로 정밀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소비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그 결과는 다시 시장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을 풀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풀 것인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남길 것인가의 문제다. 지원이 민생을 지탱하는 역할에 머물지 못하고 또 한 번의 가격 신호로 귀결된다면 우리는 정책의 효과보다 부작용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번 정책이 또 다른 ‘소고기 지원금’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정밀함이다.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그리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남길지까지 고려한 설계.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같은 논쟁을 같은 결과와 함께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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