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금감원까지 나선 운용사 제동…금융시장 기초체력 점검할 때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둘러싼 ‘최저보수 경쟁’에 금융감독원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신규 ETF 출시와 기존 상품의 보수 인하 과정에서 사전 협의를 강화하고, 사실상 보수 수준의 적정성을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자율에 맡겨왔던 가격 경쟁에 감독당국이 개입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ETF 보수 인하는 그 자체로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낮은 비용은 장기 수익률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ETF 시장은 보수 인하 경쟁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왔다. 문제는 경쟁의 방향이다. 상품 구조나 운용 역량이 아니라 ‘가격’만을 앞세운 경쟁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질적 성장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금감원은 신규 ETF를 출시할 때 동종 상품 대비 보수 수준과 근거 자료를 사전에 제출하도록 했다. 기존 ETF의 보수 인하 역시 단순 조정이 아니라 적정성 검증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후발 운용사의 저보수 전략은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가격 인하를 통한 단기 점유율 확대보다는 상품 차별화와 운용 역량 경쟁으로 방향을 돌리라는 신호에 가깝다.

논란도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에게 불리한 요소가 없는 보수 인하를 막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비용 경쟁 자체를 규제하는 방식은 시장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 자칫하면 혁신보다는 획일화된 상품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를 단순한 규제 강화로만 볼 수는 없다. ETF 시장은 빠르게 팽창했지만 그에 걸맞은 운용 역량과 상품 경쟁력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유사 상품이 난립하고, 차별성 없이 보수만 낮춘 ‘복제형 상품’이 쏟아지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투자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가격 경쟁이 지나치면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운용사의 리스크 관리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은 외형 성장보다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상품 설계 능력, 리스크 관리, 장기 운용 성과 등 본질적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은 쉽게 흔들린다. ETF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제대로 운용하느냐’는 경쟁이다.

금감원의 개입은 그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감독은 시장을 대신할 수 없다. 과도한 사전 규제보다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후 감독을 통해 시장의 자율적 경쟁을 유도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가격이 아닌 실력으로 경쟁하는 시장. 이번 조치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TF 시장이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 지금이 구조를 점검할 시점이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소재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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