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대형 커뮤니티에 퍼져, 2박 3일의 강원도 수학여행 경비로 60만원이 합당한가에 논란의 초점이 맞춰졌다. 얼핏 비싸다고 느껴졌던 60만원은 해당 세부 내역을 보니 나름대로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러면 이 액수를 모든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가로 논란이 또 이어졌다. 어떤 가정은 간단히 지불 가능하지만 또 어떤 가정은 꽤 힘들게 이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걱정들을 했다.
애초의 사연을 전했던 부모의 의도와는 다르게 어쨌든 이 수학여행은 취소가 됐다고 한다. 잔뜩 기대했을 아이들은 실망했을 테고 집안에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 싶어 내심 고민이 깊었던 아이들은 안도했을 지도 모르겠다.
경기도 소재의 모 중학교는 최근 1박 2일로 서울 근교 수학여행을 떠났다. 예년에는 2박 3일이었던 일정이 축소됐다. 경비는 0원. 아마도 시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 액수 안에서 충당하려 애를 썼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게 비용 관련한 민원은 해결했다.
하지만 소소한 위기가 또 찾아왔다. 어떤 학부모가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아이가 옷을 사달라고 자꾸 조르니 사복을 금지시켜달라고 했단다. 학교는 사복을 허용하려다가 전면 교복 착용으로 규정을 바꿀지 잠시 고민했으나 결과적으로 사복은 허용됐고 아이들은 안심했다. 이 이야기는 해당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에게서 들은 것으로 과장일 수 있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학교측은 학부모의 민원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것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어떤 학부모의 증언에 따르면 아이를 수학여행에 보낸 뒤 그날 출발부터, 장소를 옮길 때마다, 식사를 할 때마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톡’이 온다고 했다. 아이들 사진과 함께. 하나하나 다 알려주니 학부모들이야 안심이지만 이 업무를 다 해내야 하는 선생님들에게는 가히 극한직업이다.
한 반에 학생들이 5,60명에 육박하던 시절, 선생님 한 명의 인솔 하에 뻔한 관광지 코스를 스치듯 돌고, 수용소 같은 숙소에 수십 명을 한 방에 몰아넣은 후 군대 급식 같은 식사를 마치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던 추억의 수학여행은 이제 사라졌다.
경미한 사고 하나에도 송사가 오가는 세상에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학교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한다. 수학여행시 학생들에게 금지되는 행동 리스트가 수십 가지에 달하고 소지해서는 안되는 금지 물품 또한 한가득이다. 상상 가능한 최대 가짓수의 금지 조치가 이뤄지고 학부모들로부터 받을 민원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한 후에야 우리 학생들은 1박 2일의 수학여행을 비로소 떠날 수 있다.
학창 시절 빡빡한 금지들이 난무하는 속에서 그래도 약간의 일탈을 감행할 수 있는 경험은, 생각해보면 수학여행 때가 그나마 요긴한 기회였다. 물론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학교측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아예 기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일탈’의 달콤한 추억을 집단으로 공유하는 기억은 또 얼마나 소중한가.
수학여행은 최근 몇 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꽤 골치 아픈 쟁점이었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 소통이 무너지고 그 자리는 ‘민원’과 ‘사무적인 대응’으로 채워졌다. 사고가 날 경우 학교에 지우는 책임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수학여행뿐 아니라 운동회, 수련회, 소풍 등 외부 체험학습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어른들이 어쩌다 일어날 사고에 책임 소재를 따지는 동안 아이들의 추억은 학교 안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이제 이 혼란을 정리할 대대적인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 모두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적정한 비용 설정, 취약계층을 향한 비밀스러운 지원, 꼼꼼한 안전 설계 등 손 봐야 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안전성과 비용 사이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지도 큰 과제다.
이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학교와 학부모는 교육 공동체라는 인식의 허약함이다. 학교와 학부모는 함께 아이를 기른다는 정체성을 갖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또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법이 끼어드는 일이 없게 갈등을 해결할 소통의 영역이 절실하다.
학창 시절 가장 또렷한 추억을 한 집단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공공교육이 해낼 수 있는 가장 큰 성과일지 모른다. 공공교육의 가치가 최소한이라도 지켜질 수 있게 어른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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