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교육개혁 골든타임 '국정과제 로드맵'이 안 보인다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두 번의 보수정부와 두 번의 진보정부가 교대로 집권하면서 설정한 교육 부문 국정과제에서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 분야에 공통적 내용은 많았지만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과제는 없다. 그 이유는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으로 끝나 정책의 연속성이 없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설립된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지난해 9월에 확정된 123대 국정과제 중 교육 부문 5대 국정과제로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AI 디지털시대 미래 인재 양성, 시민교육 강화로 전인적 역량 함양,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을 설정하였다. 각 국정과제의 핵심 정책으로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거점 국립대 육성과 RISE사업(ANCHOR사업으로 개명)을, ‘AI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초·중·고교 AI교육 강화와 대학교육 혁신을, ‘시민교육 강화’를 위해 민주시민 및 역사 교육과 생애주기별 교육을, ‘공교육 강화’를 위해 국가책임 돌봄과 유보 통합을, 그리고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을 위해 학교 자율성 확대와 국교위 안착 정책을 추진한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 부문 국정과제와 핵심 정책을 추진할 장관으로 지명된 이진숙 후보자가 낙마한 후 한참 지나 지난해 9월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취임했다. 따라서 정부의 다른 부처에 비해 교육부의 업무계획이 지연되고 장관이 교사와 교육감 출신이어서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9월 최 장관이 고교학점제 개선안에 대한 첫 번째 정책 발표를 갑자기 취소하면서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었다. 또한 교육부 장관의 교육 정책 비전과 교육 부문 국정과제 전반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아서 교육부와 장관의 존재감이 없다. 최 장관이 간혹 뉴스에 나타나는 것은 초중등교육 부문에 국한되어서 어느 신문에서는 ‘교육부 장관인가, 교사부 장관인가’라는 칼럼이 나오고, 6월 지방선거 이후 교체될 거라는 소문도 나올 정도이다. 뒤늦게나마 고교학점제 개선안이 일단락되고 지난 3월 30일 ‘2026년 대학·전문대 혁신지원사업 기본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4월 1일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을 발표하여 유·초·중등 및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학부모와 학생 및 교사의 관심이 집중되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할 국정과제와 교육 정책부터 구체화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작년 대선 기간 중 주목을 받았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은 국정과제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아래 ‘거점 국립대 육성’ 정책으로 명칭이 확정되고, 지난 4월 15일 교육부가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여 거점국립대 9곳에 예산 ‘흩뿌리기’ 대신 3곳부터 ‘선택과 집중’하겠다고 변경한 것은 다행이다. 둘째, 공교육 강화처럼 절실한 과제는 과거 정부들처럼 ‘사교육 근절’과 같은 허황된 구호를 내세우지 말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실질적인 기반을 조성하는 방안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 셋째, 국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도록 국가교육과정은 개정·개선되어 왔지만 여전히 5지 선다형 객관식 시험에 머물러 있는 평가를 서술·논술형 주관식 시험으로 개혁하여 교수·학습방법이 변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응시생 줄세우기 방식인 수능시험과 대학입시제도를 혁신하여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넷째,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을 경쟁력을 바탕으로 통폐합하고, 기초과학과 이공계 연구 지원을 확대하여 공학자와 기술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의대 쏠림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대학 입학 자원이 부족해지자 많은 대학들이 무분별하게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는 기현상을 바로잡도록 유학생 질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중 학부생 대부분은 학문 탐구보다는 한국어 연수를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 버는 것을 주목적으로 입국하므로 대학 경쟁력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부는 국정과제의 핵심 정책 중심으로 고등·미래·평생교육에 전념하고, 장기 교육계획은 국교위가 주도하도록 협력하고, 초·중등교육 업무는 상당 부분 시도 교육청에 이양해야 한다.

국교위의 주요 역할은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국가교육과정의 기준 및 내용 수립,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관계 부처 정책 조정이다. 이를 주도해야 할 국교위에서 이재명 정부가 임명한 차정인 위원장이 주재한 지난해 9월 이후 월례 회의 내용을 살펴보니 고등교육 혁신,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고교학점제, 초등 교과), 국가교육발전계획 등에 대한 논의가 소수 있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위원 추가 위촉, 규칙·고시 개정 등 실무적인 내용이다. 관련 당사자가 많은 이슈는 장기간 공론화 과장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문해력 증진을 위한 한자 교육 부활 방안, 젊은 교사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교권 회복 방안, 그리고 창의·사고력을 증진하기 위한 교육 방법 및 대학입시제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시도 교육감들은 각 광역자치단체의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초·중등교육을 관장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선거 입후보자들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할 텐데 교육감의 권한 범위를 넘어가거나 국정과제와 충돌하는 것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초·중·고교 학생에게 무상교육에 무상급식과 무상교복에 이어 통학 및 현장 체험 학습 교통비 지원까지 각종 무상 시리즈를 확대하면서 학교가 교육부 소속이라기보다 복지부 소속 기관이라는 느낌도 든다. 학생 인권 보호 명분하에 학생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실종된 교권(수업권과 훈육권)이 회복되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교과 학습과 공동체 생활을 통한 인성교육을 받는 곳이다.

교육부가 추진할 국정과제와 핵심 정책 추진 로드맵 작성 과정에 교육당국 간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장단기 교육정책과 계획을 조율하여 수립하고, 시도 교육청은 초·중등 교육정책을 집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집권 5년은 짧은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이 벌써 흘러가고 있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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