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서 매장유산(땅속에 묻힌 문화유산) 유존지역(매장유산 존재 가능성이 확인된 지역)에 상가건물이 법정 문화유산 조사 없이 지어져 건물주가 고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달서구는 건축허가 당시 협의 조건을 명기했지만 건물 준공 뒤 비로소 조사 누락 사실을 파악했다.
관련 부서와 유관 법 사이의 단절, 이른바 '칸막이 행정'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존지역 확인된 토지…건축허가 당시엔 조건 명기했지만
달서구는 관할 구역 지표조사를 통해 해당 토지가 매장유산 유존지역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건축주가 이 토지에 상가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하자 건축과는 관계 부서에 공람을 돌렸다.협의 결과 '토지형질 변경 전 매장유산조사 실시'를 명기해 회신했고, 건축과는 이를 허가서에 첨부해 건축주에게 고지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행정 절차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건축과는 이후 착공신고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협의사항 이행을 별도 확인하거나 확인 요청하지 않았다. 건축법상 착공신고 수리 절차에는 매장유산조사 실시 확인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토지는 매장유산 조사 없이 건축공사가 착공·준공됐다.
뒤늦게 문화관광과가 조사 누락 사실을 파악한 것은 건축과가 준공허가(사용승인) 처리를 위해 관계 부서에 공람을 돌린 시점으로 파악됐다.
"칸막이 행정이 부른 인재(人災)"
행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전형적인 부서 간 칸막이 행정과 입법 공백의 결과물로 평가했다. 건축과는 허가 조건을 고지한 후 이행 여부를 문화관광과와 공유하지 않았고, 문화관광과는 후속 절차에 개입할 공식 채널이 없었다.한 행정법 전문가는 "조건부 허가를 내준 부서는 그 이행을 끝까지 관리해야 할 조리(條理)상 의무가 있다"며 "착공 신고 단계에서 문화관광과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부서 간 협업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축과 역시 착공·준공 단계에서 매장유산조사 보고서 제출을 확인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그 근거로 건축법 확인 항목에 매장유산조사 완료 여부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축법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사이의 제도적 연동 규정이 없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구조적 배경이 됐다.
건물주 고발…하지만 행정 책임도 피하기 어려워
준공 공람에서 조사 누락을 뒤늦게 파악한 문화관광과는 건축주에게 매장유산조사 이행을 요구했다.제보에 따르면 건축주는 매장유산조사를 위해 완공된 건물, 영업 중인 식당의 주차장 바닥을 걷어내야 한다는 현실적 부담과 비용 문제를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관광과는 결국 건축주를 매장유산법에 따라 매장유산 존재 가능성이 확인된 지역에서 건축을 위해 땅을 무단으로 판 행위, 즉 '도굴'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그러나 건축주의 법 위반과 별개로 행정청의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허가 조건을 고지했음에도 착공부터 준공까지 이행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건축과와 착공 단계에서 아무런 정보를 공유받지 못한 문화관광과 모두 각자 직무 범위에서 공백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이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끼쳤을 때 국가 또는 지자체가 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달서구 내 유사 사례 다수…"제도 개선 없인 반복"
달서구 내에서 유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존지역임에도 매장유산조사 없이 허가·착공이 이루어진 사례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2025년 3월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규칙이 발효되며 사전 진단 절차가 강화됐지만 건축 인허가 부서와 문화재 담당 부서 간 정보 공유 체계가 법령상 의무로 규정되지 않는 한 같은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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