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소, 롬 인수 제안 전격 철회… '3사 연합'으로 기운 日 전력반도체 재편

  • 닛케이 "덴소 제안 무산… 롬, 도시바·미쓰비시전기와 통합 협의 가속"

사진롬 홈페이지
[사진=롬 홈페이지]



일본 전력반도체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받던 덴소의 롬 인수전이 결국 무산됐다. 롬이 도시바, 미쓰비시전기와의 3사 연합을 택하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 재편의 축이 '완성차 계열 편입'이 아닌 '제조사 간 통합'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26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덴소는 전기차(EV) 확산에 대비해 롬 인수를 추진했지만, 롬 측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제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덴소는 지난 2월 공개매수(TOB)를 통해 롬 전 지분을 약 1조3000억엔(약 12조1000억원) 규모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미 롬 지분 약 5%를 확보하고 반도체 분야 협력도 추진해 왔지만,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반면 롬은 도시바, 미쓰비시전기와 별도의 통합 협의를 병행해 왔다. 세 회사는 지난 3월 전력반도체 사업 통합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으며, 이번 결정으로 3사 연합 구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핵심 쟁점은 사업 포트폴리오와 독립성이다. 특히 롬은 차세대 소재인 탄화규소(SiC) 기반 전력반도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덴소는 이를 흡수해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롬은 덴소 산하로 편입될 경우 차량용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이 쏠리고, 기존 고객인 다른 자동차 부품사와의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3사 연합은 산업·인프라·가전 등 다양한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어 균형 잡힌 성장 전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글로벌 경쟁 환경도 3사 연합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맥락이다.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와 온세미 등 유럽·미국 업체가 시장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은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주요 업체들의 점유율은 대부분 5% 미만으로, 개별 기업 단위로는 규모의 한계가 명확하다. 여기에 테슬라와 BYD가 자체 반도체 설계를 강화하고, 폭스바겐은 중국 기업과 합작해 차량용 SoC 개발에 나서는 등 완성차 업체의 반도체 내재화까지 가속화되고 있다. 외부 압박이 사방에서 커지는 상황에서 3사 연합은 '뭉쳐야 산다'는 절박함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만 3사 연합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 번째는 주주 설득이다. 롬 주가는 덴소 인수 기대감으로 3200엔대까지 상승한 데 이어 최근에는 3700엔대까지 올랐다. 주주 입장에서는 공개매수를 통해 즉각 차익을 실현할 기회를 잃은 만큼, 3사 통합이 그 이상의 기업가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 경영진에 대한 신임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롬 경영진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즈마 카쓰미 롬 사장은 "3사 연합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해 덴소 제안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롬의 SiC 기술, 도시바의 광범위한 고객망, 미쓰비시전기의 고내압 인프라 강점을 결합하면 세 회사의 전력반도체 사업 통합 시 매출 기준 글로벌 2위권 진입도 거론된다.

두 번째 과제는 실행력이다. 복수 기업 간 통합은 의사결정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주도권 조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도시바와 롬은 과거 협업 논의를 진행하다 구체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이번 딜 무산은 일본 전력반도체 산업이 '완성차 중심 수직계열화' 대신 '제조사 간 수평 통합'을 택한 신호로 읽힌다. 다만 그 선택이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실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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