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정부가 신산업 메가 특구를 규제 없는 특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박수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쟁이 경제를 삼켜버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원의 절약이고, 생산성 향상인데 규제의 최소화는 인적, 물적 자원의 낭비를 막고 생산성을 높이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중동전과 호르무즈 봉쇄로 석유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에너지 절약이 에너지 공급에 대한 대안이 되듯이 잠재성장률 저하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 규제는 경제활동을 멈추게 하고 규제를 넘어서기 위해서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규제의 최소화는 언제나 필요한 방향이지만 특히 잠재성장률이 저하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지금 가장 절실한 과제이다.
역대로 규제개혁을 내세우지 않는 정부는 없었고 규제개혁신문고도 운영되고 있지만, 홍보 부족인지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 김영삼 정부(행정규제기본법 제정), 김대중 정부(규제개혁위원회 운영), 노무현 정부(규제총량제 도입과 민관합동규제개혁기획단 운영), 이명박 정부(덩어리 규제 개선 추진), 박근혜 정부(규제비용 관리제 도입), 문재인 정부(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및 신산업분야의 규제샌드박스 도입), 윤석열 정부(규제혁신전략회의 및 민간주도의 규제혁신단 운영)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인이나 창업자들은 규제 때문에 애로가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규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사람들이 지나친 것일까? 왜 이렇게 규제개혁은 어려운 것일까. 진단을 정확히 해야만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규제개혁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규제개혁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1) 국민 경제에 중요한 큰 규제가 개혁 대상으로 되지 않고 잔 규제만 개혁의 대상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2) 규제 수혜자들이 받는 정치·경제적 이익이 규제 대상자들의 피해에 앞서 고려되고 3) 규제개혁의 주체와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가 바로잡혀야만 비로소 규제개혁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먼저, 국민이 바라는 규제개혁의 대상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규제는 공식 규제와 비공식 규제로 나눌 수 있다. 비공식 규제는 법령의 근거가 없는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지도, 기존 사업자가 새로운 경쟁자 저지를 위한 진입 장벽 설정,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적인 떼법식 행태, 대기업들이 벤더 기업들에 대해 행사하는 부당한 압력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공식 규제는 법령이나 조례 등을 들 수 있다. 그간 이루어진 규제신문고, 규제개혁위원회의 실적을 보면 주로 공식 규제 중 지엽적인 행정조치 개선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민이 바라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임팩트가 큰 규제가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규제개혁의 주체와 방향이다.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규제를 만드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규제 창설자들이 결자해지로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만 맡겨서는 국민이 원하고 나라 경제에 필요한 개혁 대상의 규제가 도출되기 어렵다. 규제개혁의 과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규제 피해자들이 적극 참여해야만 진정한 개혁 과제를 추릴 수 있다. 가뜩이나 정치가 상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위원이 주도하는 위원회에서 규제개혁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울러 과감한 목표를 제시하고, 다수 국민을 위해서, 미래 나라 발전을 위해 과감히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만 한다. 큰 규제의 50% 폐지, 신규 규제의 허용 불가 등 적극적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규제합리화위원회를 개편하고 국무조정실에 규제합리화추진단을 설치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공무원 충원이 확대되고 있다. 국회 입법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와는 맞지 않지만, 이 정부 규제개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는 미래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규제의 합리화 정도를 넘어 그야말로 개혁을 선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국민이나 기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 이기주의나 특정 집단을 위한 비공식 규제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룰을 만들어야 하고 비공식 규제가 입법화 등 공식 규제로 편입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둘째, 규제합리화추진단에 민간인 10여명 참여하는 것으로는 제대로 된 규제개혁을 이룰 수 없다. 총리실과 별도로 외부에 개혁 대상 규제 수렴 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경제문제는 경총이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업계의 애로를 수렴할 수 있는 기구를 복수로 운영해서 개혁 과제를 모아, 공개토록 해야 한다. 국무조정실은 이들 기구에서 수렴한 개혁 과제들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해서 중요도에 따라 규제합리화위원회, 각 부처 등에서 개혁안을 마련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하여야 한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등소평이 경제특구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중국은 초기 경제발전을 시도하는 비시장적 사회주의 체제로서 개혁개방의 효과가 자칫 국가 전체로 확산되어 중국인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하여 몇 개의 경제특구로만 개혁을 한정하였다. 지금 우리는 세계 톱 텐에 드는 시장경제국가인데 특정 특구에만, 그리고 신산업에만 샌드박스 식으로 규제 프리한다는 것은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이름도 다양한 이런저런 2500여 개 특구가 있는데 이러한 특구들도 거창한 목표를 안고 출발했지만, 받는 지원에 비해 성과는 별로 없고 많은 규제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새로운 산업만을 다루면 우선은 쉬워 보이지만 경제의 활력 회복에는 미흡하다. 대처가 영국병을 개혁했듯이, 일본이 지긋지긋한 춘투를 벗어났듯이 대대적인 개혁이 없으면 우리의 앞날도 밝지 않다.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는 밑그림은 제대로 된 개혁의 구상이고 그 슬로건은 “전국을 규제 프리 특구로 만들자”가 아닐까.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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